K좀비물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K좀비’의 시대가 열렸다.

‘워킹 데드’, ‘좀비랜드’, ‘웜 바디스’ 등 좀비물이라 하면 해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좀비물에 도전하고 두드려왔지만, 늘 기대에는 못미치는 2% 아쉬운 결과물로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7월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은 제대로 마음 먹은 K좀비의 탄생을 알렸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 뿐 아니라 마치 안무를 보는 듯한 좀비 배우들의 액션연기도 일품이었다. 그 결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관객들 역시 ‘한국 좀비물의 가능성을 열어준 영화’라고 평가했다. 연상호 감독은 그해 시상식에서도 각종 상을 휩쓸었는데 특히 기술상, 최우수특수효과상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부산행’의 물꼬 이후, 이후로도 K좀비물은 이어지고 있다. 사극과 만난 좀비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창궐’(김성훈 감독)에서는 현빈과 장동건이 대립각을 세우며 싸우는 한편, 좀비가 주요 소재로 사용됐다. 또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꼽히고 있는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한국의 ‘킹덤’을 택했다.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고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이 합류했다. ‘부산행’과 달리 조선을 시대배경으로 택해 사극으로 탄생했다. 일찌감치 시즌2를 확정했고, 넷플릭스라는 좀 더 자유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더욱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좀비물 구현으로 호평 받았다.

호불호나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좀비물의 경우 마니아층이 주 타켓층인만큼 오히려 국내 좀비물 마니아들은 ‘킹덤’에 열광했다. 최근 일년여만에 공개된 ‘킹덤2’는 더욱 긴박한 스토리와 전개, 풍성해진 배우진으로 기대감을 충족시켰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일간 톱10위 안에 드는 등 성과를 거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더욱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또 좀비물 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사극이라는 특수한 장르와 그 속에서 구현되는 옛 시대배경이나 의복 등에도 주목하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이다.

이와 같은 K좀비 열풍에 힘입어 여름 개봉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특히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이미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고, 강동원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물론, 데뷔 후 첫 좀비물로도 기대감이 고조되는 것.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만큼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해외 좀비물에 견주어도 손색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K컬처가 결합되면서 한국만의 좀비물로 성장 중”이라며 “기세를 이어가 K좀비 열풍의 탄탄한 기반이 다져지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NEW,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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