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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이사.  제공 | KT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지난달 30일 취임한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말로는 ‘소통 경영’을 강조하면서 정작 현장직원들의 고충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선의 현장직원들은 구 대표의 경영방식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라고 하소연했다.

KT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대응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인원에 대해 ‘2부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여주기식’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본지 3월 2일자 [단독]섬세한 배려 부족했던 KT의 ‘코로나19’ 대응법)이 제기됐다. 고객과 대면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일선 현장직원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경북지역에서 조차 KT 현장직원들은 별도의 대책 없이 고객 대면업무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부 현장직원들은 현장상황과 고충, 구체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적은 내용의 e메일을 구 대표이사에게 보냈다. 특히 A씨는 2월 20일과 24일, 3월 3일과 5일 등에 걸쳐 무려 4차례나 이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냈지만 구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 대표가 취임 전 직원들에게 소통 경영을 강조하며 e메일을 보냈는데 막상 현장 상황과 고충을 적어 보내니 아무런 답변도, 조치도 없었다”면서 “말로는 소통이라고 하면서 정작 얘기하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 대표는 취임 전인 지난 2월 28일 ‘우리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구 대표는 “무엇보다 최우선은 임직원 여러분과 고객의 안전”이라며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KT의 일하는 방식인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메일을 통해서는 임직원과 고객의 안전, 소통과 협업을 운운하면서 현장직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고충을 외면했고 안전에 대해 배려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KT는 지난달 2일 본지 보도 이후 현장직원들도 2, 3교대로 집에서 비상 대기하는 식의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일하는 현장직원들은 여전히 눈치를 보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북지역의 KT업무지원단 소속 B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뎀회수를 하는 업무지원단은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현장직원들은 하루걸러 재택근무를 시키고 있는데 이마저도 눈치 보느라 출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KT가 전사 차원의 신속한 대응과 조치를 위해 설치한 ‘위기관리위원회 산하 경영지원부문 상황실’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 컨트롤 타워 구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대응은 각 광역별, 부문별 책임자의 재량으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본사에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 지역으로 내린다고 하더니 정작 위기관리위원회 산하 경영지원부문 상황실에선 ‘재택근무와 관련해 부문·실 및 광역본부별로 자율 운영하라’고 공문을 내렸다. 결국 지역 현장은 본부장이나 부문장의 재량에 맡긴 것인데 누가 윗선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구 대표가 취임한 지 이틀째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장의 고충과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나서달라. 부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부 직원들은 KT CEO(최고경영자)들의 불통행보가 황창규 전 회장 때부터 구 대표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KT 여직원 C씨가 황 전 회장에게 현장의 고충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가 정직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 징계사유가 바로 ‘CEO 등에게 e메일을 보낸 행위’ 등이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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