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영웅이의 목소리는 꼭 흰 쌀밥 같아요. 찬원이요? 구수한 누룽지죠."


문자투표 773만 1781콜, 시청률 35.7%, 사상 초유의 우승자 발표 연기와 긴급 생방송까지. 마지막까지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자랑한 '미스터트롯'이 지난 1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 방송 실시간 검색어와 연예 뉴스 면을 점령하며 화제성을 증명한 미스터트롯. '이제 대한민국 트롯의 역사는 '미스터트롯'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자신있게 내놓았던 문구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트롯'의 매력은 실력자의 발굴에 있다. 마이너한 장르에 가려졌던 인물을 내 손으로 메인스트림에 올리는 쾌감. 순위권 안에 들었던 이들은 물론 탈락자들까지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돌 출신 이도진도 이와 마찬가지. 10년이라는 긴 무명을 겪은 그는 예선 곡 '너무합니다'를 통해 발견되었고 올 하트와 극찬 속 본선에 직행했다. 1:1 데스매치에서 강태관을 만나 아쉽게 탈락했지만 팬들은 이도진을 연습실 밖으로 꺼내준 프로그램에 감사하며 출연분을 복습, 또 복습할 뿐이다.


이도진 역시 "높은 곳에 올라가기 보단 길게 활동하고 싶기에 2라운드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고 늦은 탈락 소감을 밝혔다. 최근 늘어난 팬과 스케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미스터트롯' 출연 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180도 달라졌어요.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는 스케줄을 보며 행복해하고 있죠. 그전에는 무보수 지역 스케줄이나 축가 스케줄 정도 밖에 없었거든요."


줄곧 임영웅과 이찬원을 우승 후보로 꼽았던 그. 결승전에 오른 7인과 진선미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영웅이의 목소리는 꼭 흰 쌀밥 같아요. 찬원이의 목소리는 구수한 누룽지 같죠. 영탁이 형은 노래를 너무 잘하시고요"라고 입을 연 이도진은 "영웅의 다정한 안부 전화와 영탁의 반가운 인사, 찬원의 정이 넘치는 마음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축하하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이도진의 실력만큼이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그의 목소리다. 김준수와 똑 닮은 목소리에 TV조선은 '도플갱어' 타이틀을 붙여 듀엣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스터로 김준수를 꼽은 그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의 콘서트에 감히 함께 서보고 싶습니다. 목소리가 비슷하다 보니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허스키한 보컬이 선곡하면 안좋은 곡, 과한 애드리브를 줄여야 더 멋있게 보인다는 것들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도진'이라는 이름보다 '김준수'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가 많아요"라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며칠 전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께 '혹시 저 아세요?'라고 여쭈어보니 '미스터트롯'에 나오지 않았냐며 절 '김준수'라고 부르시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이름을 알려드리고 기억해달라고 했어요.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면서요? '이도진'은 사라지고 '김준수'만 남았으니 죽은 것과 다름없네요."



이도진의 이름 앞에는 '10년 무명'이라는 수식어가 쫓아다닌다. 2010년 아이돌 '레드애플'로 데뷔 후 2020년 이름 석 자를 알리기까지 솔로 데뷔, SBS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참가, 발라드 앨범 발매 등 부단히 몸을 움직였다. "동안이요? 거의 10년 동안 지하 연습실에 박혀있어서일 거예요. 원래 까만 편이었는데 하얗게 변했어요. 하하. '난 언제까지 밥을 얻어먹어야 하나?' 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았죠. 그렇지만 뒤돌아보면 저를 응원해주는 누나들이 있었어요. 잘해보고 싶었죠"라고 웃는 그에게서 긴 무명기간을 견딘 단단함이 느껴졌다.


이어 그는 "이제서야 조금 빛을 봤어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을 위해 열심히 하면 결국 잘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방송 출연 후 몸값이 상승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프로그램 출연으로 몸값을 올리는 건 아닌 것 같아 올리지 말자고 회사와 결정을 내린 상태"라며 "그렇지만 업체 측에서 출연료를 올려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한편, '미스터트롯'이 그를 웃게 한 것 만은 아니다. 지난 2월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는 A 씨가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고발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오며 의혹 선상에 이름이 오른 것. 이도진은 "2018년 10월이면 전역 후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요. '꽃신'이라는 곡은 자비로 겨우 낸 곡이고요. 돈 없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했는데, 보증금도 없었는데 8000만원이 어디 있었겠어요. 하하.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나중이 되니 감사하더라고요. 내가 그런 의혹까지 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생겼구나"라고 유쾌하게 해명했다.



이도진은 팬과의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커버곡, 라이브 방송을 비롯해 방송 출연분 등이 올라와 팬클럽 '찐블리'들의 '떡밥 창고'로 통한다. 팬들을 위해 잘하는 노래보다는 다양한 곡을 부르려고 노력하고 전문적으로 완벽한 노래보다는 조금 실수가 있어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업로드하고 있다. "아직 남들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라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영상을 올릴게요"라고 웃어보였다.


또, 요즘 그는 인스타그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묻는 말에 "'건강했으면 좋겠다', '도진 씨가 잘 되어서 기쁘다'는 응원 메시지였는데 마지막에 '그런데 저 레드애플 때부터 팬이었어요'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저를 10년 동안 좋아해주시고 지켜봐주신 거잖아요. 소름이 돋았죠. 정말 감동이었어요"라며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도진은 데뷔 10년 만에 생긴 팬클럽 '찐블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이트에 들어가 매일 지켜보고 있어요. 영상과 팬아트 등을 보며 오히려 제가 '찐블리'의 팬이 되었죠. 저는 자나 깨나 늘 찐블리 생각 뿐입니다. 절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늘 중심을 잃지 않고 좋은 마음을 갖고 행복하게 지내는 찐블리님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가수가 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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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방송·유튜브 캡처

영상ㅣ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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