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사상 최악의 방송이었다.

1편 보다 더 강렬한 2편인듯 싶었지만, 실망감이 최고였다. 매주 이 프로그램을 열광하며 보던 시청자는 물론 ‘오늘이면 최종 결과가 나오겠지’하며 그동안 최선의 무대를 준비했던 가수들에게도 최악이었다.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터트롯’의 생중계가 미흡한 방송준비로 우승자 발표를 하지 못한채 방송을 끝마쳤다. 급기야 우승자 발표가 미뤄지며 실망감은 더했다.

MC를 맡은 김성주는 지난 13일 생방송된 ‘미스터트롯’ 최종회에서 “서버 문제로 실시간 문자투표 700만여표를 집계하는 데 새벽 내내 소요된다”며 “투명하고 정확한 채점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투표 결과가 확인이 될 때까지 최종결과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는 일주일 뒤인 19일 밤 10시 특집 ‘미스터트롯의 맛’ 토크 콘서트에서 발표드리겠다. 잠정적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방송사의 말은 너무나 성의가 없었다.이 것 조차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서둘러 MC의 입을 통해 전달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앞서 시즌 1을 해온 제작진은 시즌 2의 인기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매 회마다 기록을 경신했기에 그동안 자료를 통해 최고의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던데에만 급급했다.

‘미스터트롯’은 앞선 ‘미스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최고였다. 특히 이날 마지막 회 방송에선 지상파에서도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경이로운 시청률인 35%(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알렸다.

‘미스터트롯’이 대중들에게 준 즐거움은 그 어느때 보다 컸다. 참신한 기획과 출연자들의 노력의 결실을 입증했으며, 중장년층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여기에 잊혀진 트로트 장르의 부활을 알리며 모두 다 행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속사 관계 및 출연자 등의 발언들이 너무나 화제가 된 탓에 잡음도 많았지만, ‘새로운 스타탄생’과 기회의 장이 펼쳐진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제작진에게 모두 다 박수를 보냈다.

한 방송관계자는 “경험 많지 못한 방송사의 한계”라고 지적하며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해도 무책임함과 준비성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이에 맞춘 가수들의 행보도 역시 조금씩 미뤄지게 된 셈”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프로그램이지만, 이번 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면서 “시청자들의 실망도 크겠지만, 매 경연마다 더 긴장했던 출연자들 보다 실망감이 큰 사람을 없을 것이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방송사 측에서 또 다른 후속 방송을 기획할 수도 있는, 생각지 못한 출연자들의 모습을 한 회 더 볼 수도 있지 않겠냐. 실망은 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준 행복감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기다려도 되지 않겠냐”라는 시선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향한 시선이 계속 이어지자 제작진도 서둘러 입장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13일 오전 “대국민 문자투표수가 773만 1781콜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투표수를 기록하며 초유의 사태가 발발했다”며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해내는데 수 시간 혹은 수 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를 오는 19일 밤 10시 ‘미스터트롯’ 스페셜 방송분을 통해 발표한다고 선공지했으나 긴 시간 결과 발표를 기다린 시청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로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도록 하겠다”라며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폭발적인 반응에 꼼꼼하게 대비하지 못해 혼란을 드리게 된 점,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제작진은 최종 결승전 동안 진행된 유료 문자투표로 모인 금액 전액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대한 제작진의 대처에 박수를 보내지만, 방송사 최초의 사상 최악과 사상 최고의 일을 동시에 보여준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출연진들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갖췄냐는 데에 남은 것 같다. ‘미스터트롯’은 이렇게 아쉽게 끝나가지만, 갑작스럽게 계획된 일이 다 틀어진 출연자들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만이 남았다.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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