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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자 라이트급 간판 오연지.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도 결코 꿈이 아니다.

생애 첫 올림픽 본선행 꿈을 이룬 한국 여자 복싱 간판 오연지(30·울산광역시청)가 아시아 최강자임을 다시 입증했다. 오연지는 12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여자 라이트급(60㎏) 결승전에서 인도의 시므란지트 바트를 상대로 5-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하며 우승했다.

4년 전 리우올림픽 예선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이며 8강에서 탈락, 분루를 삼킨 오연지는 이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본선행 꿈을 이뤘다. 이틀 전 끝난 8강전에서 안야 스트리즈먼(호주)을 상대로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면서 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오연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준결승에서도 태국의 수다포른 시손디에게 5-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더니 결승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시상대 정중앙에 섰다. 4년 전 커다란 상처를 받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단점을 지우는 데 집중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완성형 아웃복서’로 거듭났음을 증명했다. 오연지는 빠른 발을 활용한 현란한 스텝을 바탕으로 수비에 능하고 받아치는 타격이 일품이다. 다만 그는 “공격이 안 풀리거나 당황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주먹도 정자세에서 나가야 하는데 흐트러진 채 나가니 심판이 보기에 정타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수많은 국제 대회 경험에도 기본기를 다지는 데 주력해왔다. 보디밸런스 강화를 위해 정규 훈련 외에 코어 훈련에도 이전보다 공을 들였다. 남다른 노력의 흔적은 이번 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트와 결승전에서도 빠른 스텝으로 상대 공격을 따돌렸고 이전보다 한층 정교한 주먹을 뽐내면서 톱클래스 수준의 경기력을 뽐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2015, 2017년 아시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오연지는 2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그해 11월 국제복싱협회(AIBA)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이전과 비교해서 노련미까지 장착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누구를 상대해도 자신만의 복싱을 펼칠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그는 6개월 전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내게 남은 마지막 꿈”이라며 “도쿄에 가게 된다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이 오를 때로 오른 그가 4개월 뒤 도쿄 땅에서도 시상대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 8명, 여자 5명 등 13명이 나섰는데 오연지와 페더급 임애지(21·한국체대)만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탈락한 11명은 오는 5월 13~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올림픽예선에서 한 번 더 올림픽 티켓에 도전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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