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운찬 총재, 개막 일정을 신중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정운찬 총재 등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들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털 건 털고 간다.”

악재가 끊이지 않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공법을 택했다. 히어로즈 이장석 전대표의 경영개입 논란이 채사그라들기도 전에 또다른 고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행동 의혹이 알려졌다. 지방구단 전직 대표이사와 KBO 심판, 기록위원이 몇 년 전 시즌 도중 골프 회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구단 전직 직원이 제보해 KBO가 수 개월간 진상조사를 했지만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해 입증할 수 없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덮기보다 털고가는 쪽을 택했다. KBO가 12일 경찰에 해당 사실을 수사의뢰한 배경이다.

이 전대표의 경영개입 논란도 그렇지만 KBO 수뇌부가 먼저 클린베이스볼을 저해하는 행동이 잦다. 구단 대표이사는 KBO 차상위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사장회의) 이사들이다. 야구계에서 짊어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가 크다는 뜻이다.

[포토] 키움 브리검, 주심에게 뭐라 했길래...?
키움 선발 브리검이 25일 고척 KIA전에서 3-1로 앞선 3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실점한 뒤 주심의 볼 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시비가 붙을 조짐을 보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구단을 대표하는 이가 심판과 기록 책임자와 정규시즌 중에 골프 라운드를 즐긴 것이 사실이라면 누가 봐도 부적절한 행동이다. 아무리 젊은 시절 만나 야구계에서 함께 성장한 막역지우라고 해도 직책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름을 드러내고 일하는 사람들은 공인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친구끼리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라운드를 즐겼다고 읍소해봐야 소용이 없다. 구단 대표-심판·기록위원이라는 관계 특성을 고려하면 사소한 오해조차 남겨서는 안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 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의심을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리그 규정에는 심판위원이 품의를 손상시키는 언행을 하거나, 구단 사무실 혹은 버스에 들어가 환담을 나누거나, 구단 관계자와 친목적 언행을 한 것만으로도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명시 돼 있다. 하물며 반나절 이상 같이 다니며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골프 라운드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딱 좋은 행위다.

만약 의혹 당사자들의 주장대로 골프회동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대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큰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이니만큼 의도적인 모함에 누명을 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일로 인해 리그 자체에 불신이 싹뜨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운찬
정운찬 KBO총재가 12일 서울시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야구계에 쏟아진 비판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BO는 히어로즈 경영권 분쟁을 통해 사후약방문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터진 악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사면초가로 몰리는 자충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느꼈다. KBO리그 최고의 가치로 ‘클린 베이스볼’을 선포하고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비위와 비리의혹은 근절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사안별 후속대책을 세밀하게 세워 매뉴얼화 해야하는데 감정이 앞서면 시야가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엄청난 파장을 예상했고, 또 한 번 힘든 파고가 있더라도 털 것은 털고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에 한 줌의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경찰 조사를 의뢰했다는 설명인데 그의 일성이 제발 클린베이스볼 실현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프로야구는 이유를 불문하고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는 리그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끼리인데 뭐 어때’는 식의 관습도 주요 직책을 맡은 수뇌부가 먼저 털어내야 한다. 이참에 복잡하게 얽힌 내부 정치공학도 털어낼 때가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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