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지역 전남 서남부 ‘땅끝마을 해남’봉준호 스타덤 올린 ‘살인의 추억’ 촬영지가뭄에 비 내리게 한다는 신비한 ‘미황사’좁은 바위틈 수려한 풍광 뽐내는 ‘도솔암’‘한옥 민박’ 절절 끓는 황토방서 몸 녹이고한정식·홍어·한우…산해진미 맛보며 충전
해남 땅끝마을 고천암호의 일몰 풍경

[해남=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땅끝마을’ 해남에 다녀왔다. 해남은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자원, 고대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천혜의 지역이다. 2020 방문의 해를 맞은 해남은 다양한 축제와 봄맞이 행사를 마련했지만, 전국으로 퍼지는 코로나19 확산 속보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땅끝마을
땅끝마을 전망대에 오르면 오른편 진도에서부터 왼편 완도까지 서남해의 다도해 풍경이 펼쳐진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해남은 5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된 확진자나 의심자가 나오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해남군청이 발벗고 나서 선제적 방역을 실시한 덕분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해남군은 설 연휴 기간 조기에 방역대책반을 구성,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지역내 긴밀한 협조아래 방역 및 의료체계를 구축해왔다. 해외여행의 단꿈을 아쉬움으로 삼켜야 했던 여행 마니아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는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는 해남 고천암호의 전경. 살인의 추억 촬영지.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살인의 추억 촬영지 땅끝마을 ‘화산면 고천암호’

최근 봉준호 영화감독이 오스카상 4관왕 쾌거를 이루며 해남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 ‘살인의 추억’이 해남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인의 추억’ 막바지에 해남 땅끝마을이 나온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은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아우르며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관객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첫 흥행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다.

한옥민박
한옥민박.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뜨끈한 황토방의 한옥 민박은 해남군의 자랑거리

해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20년 전통한옥 브랜드화 공모사업에 전국에서 가장 많이 선정될 만큼 지역 특색을 살린 아름다운 전통한옥마을을 자랑한다. 황토로 만들어져 쌀쌀한 날씨에도 절절 끓는 바닥으로 포근함을 안겨주는 한옥 민박은 해남군이 자랑하는 명소 중의 명소다.

전라남도는 해남의 유서 깊은 전통한옥을 우리 고유의 소중한 관광 문화자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옥 전통을 살리면서도 편의시설을 보강하기 위해 한옥 내·외부 시설 개보수 비용과 화장실·샤워실 등 관광숙박객 편의시설에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해왔다.

또 전라남도는 해남군의 전통문화·음식·다도·공예, 예술공연 등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써왔다. 이렇듯 다양한 여행코스가 즐비한 해남은 비록 땅끝에 위치했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숨겨진 관광 명소다.

미황사 대웅보전.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미황사 대웅보전.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미황사·도솔암으로 안구 정화와 역사 공부 ‘일석이조’

남쪽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황사. 달마산을 등지고 있는 이 절은 우리나라 육지의 절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절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이 숲 사이로 나 있을 뿐 절 아래에는 편의시설이 없어 한적하다. 한창 번성하던 때에는 스님들도 많이 있었고 주변에 열두 암자를 거느렸다는 절이지만 지금은 대웅보전(보물 제947호)과 응진전(보물 제1183호), 요사채 등 건물 몇 채만이 남아 경내가 조촐하고, 숲속에 떨어져 있는 넓은 부도밭과 사적비가 번성했던 옛날을 말해줄 뿐이다.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오른쪽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바닥에는 산죽이나 진달래 등이 섞여 자라고 있고, 걸어들어가면 돌담에 싸인 부도밭이 나온다. 미황사에는 가뭄이 들 때 걸어 놓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내리게 한다는 괘불이 전해져 온다. 아무때나 볼 수는 없지만, 영조 3년(1727)에 조성된 이 괘불은 근래에도 몇 차례 ‘영험을 증명’한 적이 있고 심지어 기우제 도중에 비가 쏟아지며 배접이 떨어진 일까지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도솔암
달마산 도솔암.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달마산 도솔암은 인근 도솔봉까지 도로가 나 있어 차로 올라갈 수 있다. 길이 끝나는 군부대 앞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왼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로 20분쯤 걸어 들어가면 바위틈에 비집고 들어선 작은 암자 도솔암이 나타난다.

도솔암은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수행하던 암자로 정유재란때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던 것을 여러 차례 복원하려고 했으나 험한 지형 탓에 미뤄 오다가 2002년 6월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스님이 사흘간 연달아 이 곳 꿈을 꾼 후 찾아와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 중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좁은 바위틈에 들어선 암자라 규모는 작지만 이 곳까지 가는 길 양쪽으로 펼쳐진 전망과 풍광이 수려하다.

반갑다 친구야
반갑다 친구야 대표(왼쪽)와 음식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간자미 초무침·한우로 군침…마무리는 달콤한 고구마빵

친절한 사장님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맛집 ‘반갑다 친구야’를 방문했다. 고단백 저지방의 간자미는 회, 초무침, 찜, 탕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 혀를 감탄시킨다. 굴이 듬뿍 들어 있는 영양돌솥밥, 간자미 초무침, 생선구이, 미역무침, 묵은지로 구성된 ‘상다리 부러지는’ 한정식은 오감을 만족시킨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한성정 진수성찬과 원송 한우촌 한우.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해남은 ‘맛의 고장’ 답게 산해진미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맛집탐방으로도 제격이다. 한성정은 육·해·공 진미를 한 상에 알차게도 차렸다. 이곳 주민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도 빼놓지 않도 들르는 한성정에서는 제대로 삭힌 홍어도 맛볼 수 있다.

또 월송 한우촌은 영양 만점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즐기기 제격인 정육식당이다. 겹겹이 쌓인 화려한 마블링이 고소한 육즙으로 재탄생하는 경험을 2만5000에 즐길 수 있으니 이른바 ‘개이득’. 한우구이로 목에 기름칠을 촉촉하게 한 뒤 육사시미와 육회도 곁들여 먹으면 그 새콤함과 쫄깃함에 두 번 반하게 된다.

고구마빵
피낭시에 고구마빵.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피낭시에는 해남 황토밭에서 뙤약볕을 받고 쑥쑥 자란 고구마를 구워 찹쌀반죽을 입힌 뒤 자색 고구마 분말을 덮어 고구마빵으로 재탄생시켰다. 지역 특산물로도 손색 없는 영양 간식 고구마빵은 쫄깃한 겉면과 포슬포슬 달콤한 고구마 앙금의 조화가 환상적이라 남녀노소 좋아하는 건강 디저트다.

한편 해남은 코로나19 유입에 선제적 예방을 위해 주요 관광지의 시설물과 다중 이용시설 등을 지난 25일부터 잠정 휴관 및 운영 중단한다. 주요 관광지 중 휴관 시설은 공룡화석지 내 공룡박물관과 조류생태관, 땅끝관광지의 전망대와 ‘ㄱ’미술관, 두륜산도립공원 내 두륜미로파크, 우수영 명량대첩해전사 기념전시관, 고산유적지내 고산유물전시관,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등이다. 휴관기간 중에도 시설물 야외시설 및 공원은 무료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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