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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포털사이트 네이버가 5일부터 연예 기사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 인물명 검색 결과에서 연관검색어 서비스도 이날 오전부터 종료됐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은 지난해 10월31일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했으며, 지난달 20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일찌감치 종료했다.

지난달 19일 네이버는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연관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측은 “현재의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을 인정하고,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뉴스 댓글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댓글 잠정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연예인이기 전에 인격권을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또한 네이버는 연관검색어를 폐지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알렸다. 이날부터 네이버에 인물명 또는 활동명(예명), 활동 그룹명 등을 검색해도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는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와 연예 댓글 폐지 등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 등은 지난해 사라졌고, ‘실시간 이슈검색어’ 서비스는 지난달 20일 자로 완전히 종료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클린봇’으로 댓글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욕설 줄이기에 나서는 등 ‘폐지’보단 ‘보완’에 더 치중했으나, 결국 카카오와 같이 댓글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

연예 기사와 관련한 인격 모독 및 사생활 침해 논란은 늘 끊이지 않는 이슈였다. 그러나 지난해 고(故)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면서 악성 댓글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까지 적극적인 대응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단순히 연예 댓글 폐지가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각종 혐오 차별 표현 문제를 없애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설리 구하라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에 종사하며 소속 배우들이 이유 없는 욕설이나 명예훼손,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를 수없이 지켜봐 왔다. 표현의 자유도 분명 보장돼야 하는 가치지만 악플이 또 다른 악플을 낳고 이로 인해 스타들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는 악의 고리를 깰 필요가 있다”며 보여주기식의 대책이라도 댓글 폐지가 연예계의 깨끗한 문화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댓글의 순기능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의견도 있었다. 네이버에서 ‘댓글 많은 뉴스’ 순위에는 항상 특정 아이돌그룹이 장악하며 팬덤이 큰 아이돌일수록 댓글 수도 많기 때문에 댓글 수가 화제성이나 이슈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돌 팬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스타의 기사에 댓글을 달러 가는 일명 ‘총공’ ‘좌표찍기’ 문화도 있어 사실상 댓글의 순기능은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댓글 서비스 폐지 소식은 연예인을 케어해야 하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댓글 서비스 중단이 끝이 아닌,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하는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로 악플이 한 사람에게 주는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깨닫고, 그런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냈던 악플러들의 반성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여전히 기사 댓글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둘러싼 각종 루머들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신천지교회 연예인들’이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SNS 등으로 급속도로 퍼지며 수많은 스타들이 근거없는 낭설에 해명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수많은 스타들이 기부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음에도 이유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온라인 커뮤니티로 끌어와 진영논리로 비약시키는 등 댓글은 사라져도 악플과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댓글 폐지 논의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드라마 PD는 “연예 기사의 댓글 서비스는 대중들의 반응을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긍정적인 부분도 크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로 편중된 뉴스 유통 구조의 개선책 없이 연예뉴스 댓글만 없애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례없는 포털사이트들의 연이은 연예뉴스 댓글 폐지가 향후 연예계와 온라인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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