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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경마장은 휴장에 들어갔지만 경주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마를 조교하는 모습.  제공 | 한국마사회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입춘도 한 달 전에 지나고 바야흐로 3월이 시작됐지만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은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외출을 삼가면서 때아닌 동면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역시 경기를 취소하거나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를 ‘기수가 기승한 말의 경주에 대하여 승마투표권(마권)을 발매하고, 승마투표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경마는 경주의 시행과 마권 발매를 모두 충족해야 성립된다. 우리나라처럼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홍콩 등에서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 하고 있다. 온라인 발매가 활성화돼 팬들이 직접 경마장을 찾지 않아도 경마의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 발매만 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무관중 경마’는 어불성설이다. 이로 인해 서울, 부산경남, 제주 등 경마장 세 곳이 기약 없는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경마가 시행되지 않아도 마방에 살고 있는 말들의 컨디션은 유지돼야 한다. 경주마들은 사양관리나 훈련에 조금만 소홀해도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1981년도부터 기수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40년을 경마장에서 맞은 서울경마장의 1조 박종곤 조교사에게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일과의 변화를 물었다. 박 조교사는 “하루 일과는 변함없이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주행심사도 매주 똑같다. 당일 경기만 없을 뿐이다. 다만 워낙 전염력이 큰 질병이라 각 마방은 초긴장 상태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마방의 조교사와 모든 관리사는 우선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말밥은 누가 주냐’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교사협회에서는 비상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동중”이라고 대응상황을 전했다.

기획1 20년3월4일 서울경마공원 경주마 조교장면
코로나19 여파로 경마장은 휴장에 들어갔지만 경주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마를 조교하는 모습.  제공 | 한국마사회

박태종, 문세영의 뒤를 이어 한국 경마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1993년생 이현종 기수에게도 임시 휴장 기간의 근황을 물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시행 중단으로 당혹스러웠지만 쉬어 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경마는 0.1초차로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또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기승기에 올라가 연습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휴장 기간 동안 기승술을 더욱 보강해 기다려준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도 전 관람대와 마사지역에 방역활동을 지속 시행하는 한편 전 사업장의 방역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이번 휴장에 따른 입점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으며 경마계획 변경안을 놓고 경마유관단체와의 협의도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경주마들의 안전한 훈련을 위해 매일 경주로 상태를 관리하고 출발심사, 주행심사 등을 평소와 같이 시행해 경주마들의 출전 준비태세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전산·방송시스템과 경마시행시설의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각 부서별로 경마 재개에 대비한 활동에 여념이 없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무엇보다 전염병 차단과 예방을 위해 휴장 기간 중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비대위 체제를 가동해 변화하는 모든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휴장 기간에도 더욱 멋진 경주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3월의 첫 주말. 관중으로 꽉 차 있어야 할 관람대는 거짓말처럼 텅 비었지만 그 속에서도 언젠가 재개될 경마를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빈틈없는 1~2분짜리 경주를 경마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경마장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휴장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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