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양민희기자] "어어어어어어…어!!!"


흔들리는 바퀴 위 좁디좁은 판자 위에서 간신히 두 발을 지탱하고 서 있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손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렸고 두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흔들거렸습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보니 속도가 점점 붙어 재미를 느꼈고 겨울을 깨우는 봄바람이 살랑 불어와 머리카락을 찰랑 스쳤습니다.


출퇴근 때 자전거 대신 이용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취미 생활을 위해, 요즘은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찾는다는 '롱보드'는 일반 스케이트보드보다 길이가 긴 보드 위에서 주행이나 춤, 묘기를 부리는 익스트림 스포츠입니다.


이 짜릿한 운동을 저에게 알려준 '롱보드 여신' 최진(22)은 보드 위에서 나비처럼 아름답게 춤추는 한 여성을 보고 시작한 이 스포츠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꿨다고 전했는데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 1년. 분홍색 가방을 메고 롱보드를 자유자재로 타는 영상을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렸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해외 팬이 공유한 이 콘텐츠의 조회수가 무려 1,000만이 넘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거죠.


걸그룹 '다이아' 멤버 정채연을 닮은 외모에 SNS 팔로워도 12만명이 훌쩍 넘어 해외 팬들을 넘어 국내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최진. 날 풀리면 한강으로 놀러오라는 그의 웃음 속에는 묘한 자신감이 묻어나왔습니다.



Q) 대학에서 항공관광학을 전공 중입니다.


승무원을 동경해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항공 관련한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졸업하면 이 길을 걸을 거라 생각했는데, 취미로 시작한 롱보드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보드를 타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더니사람들도 알아봐 주고 광고도 들어와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현재 모델 에이전시와도 계약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죠.


Q) 롱보드와 처음 만난 날 기억하나요?


2015년도 SNS에서 엄청 유명한 보드 영상을 접했어요. 나도 저렇게 보드 위에서 자유롭게 나비처럼 춤을 추듯 타보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으로 시작했습니다. 2017년 4월 '롱보드 페스티벌' 대회를 참가했는데 잘 타시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입상은 못했지만, 그때 더욱 자극을 받았던 거 같아요. 나중에 실력을 쌓아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Q)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해야 나비처럼 날 수 있을까요?


평소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걷고 뛰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운동 자체를 좋아했어요. 체육 성적은 항상 A+였죠. 하지만, 이 운동은 부상 위험도 많기 때문에 다치는 것에 대한 겁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걸 극복하고 지금 이렇게까지 타는데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렸어요. 일주일에 3~4회 정도? 평일에 3시간은 기본, 주말에는 6시간씩 꼬박 타야 가능합니다.


Q)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지역마다 동호회가 있는데 회원분들 모두 친화력이 좋아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분들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입니다. 또 보드 위에서 춤추는 '댄싱' 기술을 통해 춤 감각을 살려 누구나 예뻐보이게 탈 수 있는 점이 장점인데요. 몸치인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웃음).


Q) 롱보드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타는 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부터 부모님 뻘인 50대 분들까지 있는 만큼 연령대는 천차만별입니다. 나이차가 많으면 친해지는 게 쉽지는 않은데 공통된 관심사 하나로 모두 다 친한 언니나 오빠, 동생이 되어주는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기술을 연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동작을 성공하게 되면 그 성취감은 말로 다할 수 없어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Q) 분홍색 가방을 메고 찍었던 영상이 대박났어요.


제가 올린 영상 콘텐츠를 해외 팬들과 외신에서 공유해 조회수가 1,000만이 넘어 대박이 났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느낌이었어요. 자고 일어나 보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하루에 4만명, 그 다음날은 3만명으로 확 늘어있어서 처음엔 해킹당했다고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해외 팬들이 거의 팔로워의 60%를 차지하고 있어요.


Q) 걸그룹 '다이아' 멤버 정채연 닮은 외모로도 국내에서 인기가 대단해요.


연예인 닮았다는 말을 듣는 게 팬들 눈에는 예뻐보인다는 거니까 감사하죠.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도 들어요. 영상을 보면 주로 뒷모습만 나와서 그런 거 아닐까요? 교복 입고 긴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에서 비슷한 이미지가 있나 봐요.


Q) 타는 목적에 따라 보드 종류가 다양하다고요.


분명하게 나눠져 있지는 않지만 길이에 따라 구별을 해요. 40 인치 이하는 주행용으로 많이 사용해요. 40~44 인치는 트릭을, 45 인치 이상은 댄싱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요. 물론 사람마다 길이에 따라 쓰는 용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Q) 어떤 기술이 제일 자신있나요?


댄싱 기술 중에는 크로스스텝, 피터팬, 찹, 피루엣을 할 수 있고 트릭에는 노컴플라이, 샤빗 기술을 보여드릴 수 있죠. 이 중에 제일 자신있는 주특기는 '피루엣'인데요. 보드를 타는 행위에서 벗어나 데크 위에서 춤을 추듯 스텝을 밟아가며 크루징하는 동작으로, 한쪽 다리로 회전할 때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동작입니다.


Q)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동작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누구나 탈 수 있는 '180 스텝'을 추천해요. 주로 처음 타는 분들에게 알려드리는데 보드 위에서 180도씩 도는 기술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탄다면 하루 안에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Q) 모델 일도 병행 중인데 평소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나 봐요.


아무래도 영상으로 볼 때 보드는 항상 똑같잖아요. 거기에 기술이나 음악, 옷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런 이유로 직접 코디도 하고 패션에 더욱 신경 쓰게 돼요. 어떻게 입으면 보드 탈 때 시선을 끌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Q) 치마를 입고 타면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요?


그거 때문에 욕을 진짜 많이 먹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악플이 "빈 깡통이다"인데요.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항상 팬들이 달아주는 응원이나 격려글만 보다 보니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댓글 하나하나도 관심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Q) 영상을 보면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데 부상에 대한 위험은 없는지.


초반에 보드를 탈 땐 항상 보호 장비를 착용했어요. 무릎, 정강이 부분에 보호대를 착용하면 안넘어지고, 미착용하면 항상 다치더라고요. 새로운 기술을 연습할 때는 항상 필수지만, 한 동작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나서 영상에 담을 때만 풀고 타는 편입니다.


Q) 롱보드는 어떤 운동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허벅지랑 종아리 근육이 생각보다 많이 붙어요. 상체도 균형을 잡기 위해 겨드랑이랑 옆구리가 닿는 걸 주의해야 하는데요. 팔이 내려가 있으면 몸의 중심이 흔들릴 수가 있거든요. 또 영상을 찍을 때 상체를 쓰는 게 더 예쁘게 나오죠. 이렇게 하체와 상체를 골고루 쓰는 전신운동입니다.


Q) 자연스럽게 힙업 운동도 된다던데.


푸시 오프 (보드를 발로 차고 앞으로 나가는 동작)로 가능해요. 왼손, 오른손잡이처럼 보드를 발로 차고 나아갈 때 왼발을 앞에 놓는 레귤러와 오른발이 앞서는 구피 중 본인이 편한 쪽으로 선택해서 타게 되거든요. 하다 보면 엉덩이 운동이 되는 게 느껴져요. 하지만, 한쪽만 힙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웃음).


Q) 잘 타기 위해 식단 조절도 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여름에는 보드를 많이 타고, 겨울에는 추우니까 덜 타다 보니 여름에는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살이 잘 안 찌고, 반대로 겨울에는 많이 먹으면 살이 오르는 게 느껴져요. 그만큼 다이어트에도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 또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보드 타는 사람치고뚱뚱한 사람은 없거든요.


Q) 구매를 원하는 입문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꿀팁은.


보드 자체가 초보용이나 입문용으로 나누어져 있지는 않아요. 색상이나 모양, 성능, 길이를 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됩니다. 보드샵에 가서 사장님에게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제가 타고 다니는 건 50~60만원인데 조금 싼 거는 20만원 후반부터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인터넷에 있는 10만원도 안되는 보드는 추천안해요. 위험하고 실력도 안늘고 빨리 망가지기도 하니까요.


Q) 이제 점점 날이 풀리면 라이더들이 많아질 텐데 추천하는 '보딩 스팟'이 있다면.


한강 여의나루 선착장이나 서강대교 아래 아스팔트 바닥을 추천해요. 이곳은 보드 타는 분들의 성지나 다름없죠. 구경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동안 연습했던 걸 보여드리면 뿌듯함을 느껴요.


Q) 가보고 싶은 장소나 현재 계획 중인 영상 콘셉트가 있나요?


타고, 찍고, 편집까지 혼자 다 하다 보니 일이 너무 많아져 요즘 영상 올리는 게 뜸했어요. 영어 자막도 넣고 싶고 효과도 더 힘을 주다 보니 하나를 만들 때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해보고 싶은 콘텐츠는 많죠. 국내에서는 이미 많은 곳을 가봐서 해외로 나가 프랑스 거리를 활보하는 영상을 찍고 싶어요. 조만간 보드 타면서 화장해보기 같은 챌린지도 구상 중입니다. 추후 유튜브로 공개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벌써 3월이네요.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부모님 권유로 '2017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예선에서 붙어 본선까지 갔지만 아쉽게 광탈했죠. 떨어진 슬픔보다 큰 자극제가 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모델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보드도 열심히 타고 영상도 많이 찍어 올릴 계획입니다.


ymh1846@sportsseoul.com


사진│양민희 기자, '몰프 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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