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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슈타트=스포츠서울 한지훈통신원] “스페인 축구, (기)성용이 형에게 잘 맞는 스타일.”
나긋나긋하게 한마디, 한마디 이어가던 백승호(23·다름슈타트)가 순간 들뜬 어조로 말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롤모델’로 여긴 선배 기성용(31·마요르카) 얘기가 나왔을 때다.
백승호는 29일 밤(이하 한국시간)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 머크 암 뵐렌팔토어에서 끝난 하이덴하임과 2019~20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24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성용의 스페인 이적’ 소식에 “나도 기대가 되고 경기를 챙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성용이 형 스타일과 너무나 잘 맞을 것 같다. 스페인 축구도 성용이 형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팬들도) 경기를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웃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백승호는 지난 2015~2017년 바르셀로나 B팀(2군)으로 승격해 활동했다. 그러다가 성인 리그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2017년 여름 지로나로 이적했다. 비록 라 리가 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17~2018시즌, 2018~2019시즌 세군다 디비시온(3부 리그)의 페랄라다에서 임대 선수로 뛰면서 55경기(2골)를 뛰는 등 10년 가까이 스페인 축구에서 성장했다.
지난해 다름슈타트로 적을 옮겨 독일 무대에 뛰어든 백승호는 기술을 중시하는 스페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착륙했다. 특히 지난달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 골 맛까지 보면서 3연속 선발로 출전하는 등 팀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 그가 유럽에서도 검증된 개인 전술과 피지컬을 지닌 선배 기성용이 충분히 스페인에 녹아들 수 있으리라고 점쳤다.
백승호는 A대표팀에서도 ‘기성용 대체자’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과 A매치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도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정교한 볼 키핑과 전진 패스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A대표팀에) 한 번 간 이후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느끼게 됐다. 모든 선수의 꿈은 국가대표이니까 더욱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이날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대신 2선의 선발로 나선 마빈 멜렘이 전반 선제골을 돕는 등 맹활약했는데 후반 경고 한 장을 떠안으면서 백승호에게 기회가 왔다. 디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다름슈타트 감독은 하이덴하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백승호를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사용했다.
멜렘이 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그대로 배치된 백승호는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중원에서 여유로운 볼 터치와 드리블, 전진 패스로 예열했다. 후반 31분엔 중원에서 투쟁적인 드리블로, 후반 35분엔 후방에서 영리한 볼 제어로 각각 상대 반칙을 끌어내기도 했다. 후반 40분엔 두르순을 향해 절묘한 침투 패스를 넣었다. 비록 슛 기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두르순은 백승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막판까지 중원에서 공수 조율에 애쓴 그는 팀의 두 골 차 완승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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