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류현진 \'저는 이렇게 잡아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7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더니든 바비 매틱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피칭 도중 피트 워커 투수코치와 그립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2020. 2.17.더니든(미 플로리다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더니든(미 플로리다주)=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원하는건 다 알려주겠다.”

‘코리안 몬스터’가 아낌없이 주는 통 큰 선배로 변신했다. 자신의 비기(秘器)인 컷패스트볼 그립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뿐만 아니다. 컨디션, 체력관리 노하우를 포함해 메이저리그(ML)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리그 8년차 관록이 묻어나는 류현진(33·토론토)이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위치한 바비 매틱 트레이닝 센터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캐치볼 후 곧장 불펜 피칭을 했다. 공식 훈련 첫 날 불펜 피칭 때 33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이날은 총 39개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 번에 39개를 던진 게 아니라 18개 가량 한 세트를 던진 뒤 포수와 의견을 나누고 한 번 더 던지는 방식으로 구위를 점검했다. 이날 포수는 특급 유망주 대니 잰슨이었다. 공식훈련에 돌입하기 전 호흡을 맞춘 터라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이다.

특히 커브 제구에 신경쓰는 등 브레이킹 볼 점검에 열을 올린 류현진은 불펜피칭 후 몰려드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피터 워커 투수코치뿐만 아니라 트렌트 쏜튼, 라이언 보루키 등 팀내 선발 경쟁을 펼치는 젊은 투수들도 류현진에게 다가갔다. 지난해 ML 평균자책점 1위(2.32)로 이끈 컷 패스트볼의 비밀을 듣기 위해서였다. 보루키는 캠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류현진에게 컷 패스트볼을 배우고 싶다”고 ‘버킷 리스트’인 것처럼 강조했다. 류현진은 직접 그립을 보여주고 던지는 시늉까지 하며 정말 상세히 알려줬다. 자신의 노하우를 대방출하는 인상이 풍겼다.

[포토] 데니 존슨과 하이파이브 하는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7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더니든 바비 매틱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 피칭 후 포수 대니 존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 2.17.더니든(미 플로리다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정글 같은 프로 세계에서는 영업 비밀을 쉽게 공유하지 않는다. 경쟁자가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서다. 그러나 류현진은 “알려 달라는 건 다 알려주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컷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구종이나 타자 상대 요령, 경기운영 방식 등 선수들이 물어오면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알려줄 계획이다. 그래야 팀이 된다”고 밝혔다.

그 역시 LA다저스 시절 릭 허니컷 코치를 포함해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등 동료들에게서 ML에 적응할 수 있는 여러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시계를 더 먼 과거로 돌리면, KBO리그 신인 시절 첫 스프링캠프에서 한용덕 송진우 정민철 등 한화 레전드들에게 체인지업을 포함한 여러 구종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 팀 승리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모인 전사들이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 맞다.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류현진도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노하우 전수가 별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던 류현진은 “컷 패스트볼이 결정구라고 봐도 무방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아니다. 내 결정구는 체인지업”이라고 받아쳤다. 그러고보니 체인지업을 전수하는 모습은 토론토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진짜 비기가 있었던 셈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