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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 교민과 택배업체 직원들이 하얼빈으로 보내는 한국산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늑장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 주석을 향한 대응실패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지난달 초부터 이미 사태 대응을 지시했다며 적극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성난 민심이 ‘알면서도 왜 못 막았느냐’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이 사태 초기부터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당국자들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의 지난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연설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자신이 지난달 7일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지난달 23일부터 우한(武漢)과 다른 도시들의 봉쇄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이런 연설 내용을 공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질병 확산 초기 대중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 뒤늦게 베이징(北京)의 병원을 방문하고 ‘인민전쟁’을 강조하는 등 총력전을 지시했다.

공개석상에 그가 나타나지 않는 까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 있다는 의심을 샀다.

영국 더타임스는 시 주석이 이번 사태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은 성공 사례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발언 내용 공개는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책임 회피론을 불식하기 위한 이례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NYT는 이번 공개 때문에 시 주석이 의도와는 달리 초기 위협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에서 사태 관련 언급을 하고도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킨 점이 부각되는 역효과도 낳았다며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랑쉐는 “‘우리는 ’운전석에서 졸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려는 걸로 보이지만 오히려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의 발언 공개로 당시 국가 지도부가 사태에 관해 정확히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직접 지시를 한 점이 알려졌기 때문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역 당국자들에게 전가하기도 어려워졌다고 NYT는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이 8년간 중국을 통치하면서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되고 헌법을 개정해 장기집권까지 가능하게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그런 전략에 연관된 리스크가 모두 돌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시 주석 본인이 비난을 뒤집어써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을 소개했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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