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광현 \'잠깐만 쉴게요\'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2일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러닝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주피터(미 플로리다주)=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퇴근도 눈치보이더라구요.”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세인트루이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광현(32)의 표정은 밝았다. 김광현을 보기 위해 한국 취재진이 대거 집결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세인트루이스 리포팅 데이로, 일반적으로 짐 정리와 신체검사를 하는 날이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일찌감치 개인 훈련에 열중하며 본격적인 스프링 캠프 시작에 대비했다. 김광현은 이날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광현을 취재하기 위해 수십명의 한국 취재진이 몰려 클럽하우스 근처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김광현도 예정보다 먼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10일부터 세인트루이스 캠프지인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 출근해 개인훈련을 했다. 여기서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김광현은 “어떤 선수는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6시 반에 출근했는데 문이 전부 잠겨있는거다. 마침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 15분 거리 집에 다녀왔더니 그제서야 경기장 출입구가 개방돼있었다. 낚였다”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김광현의 라커는 어디일까. 투수들의 라커가 한 데 모인 곳에서 김광현의 라커를 찾을 수 있었다. 브렛 세실과 아담 웨인라이트 사이에 김광현의 영문 이름이 적힌 라커가 눈에 띄었다. 33번이 마킹된 붉은색 김광현의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김광현은 뒤늦게 들어온 취재진에게 “제 라커 찾아보세요”라며 짖궂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광현의 라커 위쪽에 배트 한 개가 눈에 들어왔다. 세인트루이스가 속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김광현도 타격 훈련을 소화해야하기에 전 소속팀 동료 최정에게 배트 한 자루를 공수했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은 최소 3개 이상의 배트를 구비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김광현은 “배트 스폰서가 없어 일단 (최)정이 형 배트를 가져왔다. 나중에 10자루로 돌려줘야겠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포토] 김광현 \'이제 시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2일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KBO리그에선 잔뼈가 굵은 김광현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새내기다. 모든게 새롭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김광현은 “전날 7시부터 훈련을 시작했는데 2시간 하고나니 할 게 없더라. 다른 선수들은 언제 퇴근하나 눈치보면서 자리에 계속 앉아있었다. 1시간 정도 흐른 뒤에 다른 선수들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길래 그제서야 나도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며 환하게 웃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많은 한국 취재진을 보고 “한국말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며 반갑게 맞이한 것도 새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리액션이다.

천하의 김광현도 수많은 취재진과 낯선 환경 앞에선 긴장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만큼은 어느 유명 선수 못지 않다. 자신의 라커를 지그시 바라보며 “잘해야죠”라면서 성공 의지를 다졌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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