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송강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의 중심에 섰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안게 됐다. 작품상 수상 뿐 아니라 감독상부터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까지 4관왕을 안으며 아카데미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 의미를 더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진출 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기록이었다. ‘최초’를 이어갔던 ‘기생충’은 마침내 최고 영예라는 작품상까지 안게 되며 한국영화 101년 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생충’의 수상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춘향뎐’(2000), ‘오아시스’(2002),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2003), ‘왕의 남자’(2006), ‘밀양’(2007), ‘마더’(2009), ‘피에타’(2012), ‘사도’(2015), ‘택시운전사’(2017), ‘버닝’(2018) 등의 작품을 꾸준히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지만 최종 후보로 지명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고배 끝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주역이 되며 역사를 바꿔놓았다.

아카데미 상은 할리우드 최고 권위의 상이다. 세계 영화 시장에 있어 중심인 북미 지역 영화 시상식의 으뜸으로 꼽히며, 아카데미 수상은 모든 영화인들의 영원한 꿈이기도 하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영어 대사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야 작품상 후보 자격이 주어지지만, 아카데미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실제 수상은 할리우드 영화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그 벽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올해 ‘기생충’이 이 벽을 깨며 아카데미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11번째로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수상에까지 성공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또한 ‘기생충’은 1956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이후 64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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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인으로 두번째 아카데미 감독상 트로피를 안았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지난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두번째로 아시아에서 오스카 감독상 수상 감독이 탄생하게 됐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존경을 표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비롯,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샘 멘데스 감독, 토드 필립스 감독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감독상 후보에 올라 경합을 펼쳤던 만큼 세계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에서 ‘기생충’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각본상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기생충’은 지난 2003년 스페인 출신 2003년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외국어 영화로서 17년 만에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아시아 영화로서도 최초다. 언어적인 부분이 적용되는 각본상인 만큼, 그 한계를 넘었다는 점 역시 ‘기생충’의 진가에 더욱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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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5월 국내에서도 개봉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의 과외 선생님으로 발을 들이며 시작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의 빈부 격차를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기에 해외에서 과연 그 디테일을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기생충’은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력과 진지함 속 묻어 있는 유머 코드, 빈부 격차를 풍자한 가족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의 감성을 관통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송강호부터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등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큰 몫을 해냈다. 특히 조여정과 이정은, 박명훈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기생충’의 수상은 아카데미에 있어서도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미 지역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던 ‘기생충’인 만큼 외신도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보수적이었던 성향으로 인해 이변이 연출될지가 관건이었다.

‘기생충’의 강력한 상대였던 ‘1917’은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아카데미가 선호해왔던 전쟁 영화 장르였기에 기존 공식이라면 작품상의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올해 아카데미는 이례적으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아시아 영화 ‘기생충’의 손을 들어주며 다양성과 변화를 꾀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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