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기침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3일 맨체스터 시티전 득점 이후 인터뷰하다가 마른 기침하고 있다. 캡처 | 영국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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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쳐 | 알리 인스타그램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글로벌 종목인 축구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근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이웃 나라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가 연기되는 것은 물론, 확진자가 발생한 주요 대륙, 국가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경기 개최 여부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동양인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 문화가 만연한 유럽 리그에서 더욱더 그렇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오름세를 견인하는 손흥민도 언짢은 상황과 맞닥뜨렸다. 지난 3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시즌 13호 골을 터뜨린 그는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서 가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도 두 차례 마른기침을 했다. 그런데 인터뷰에 나선 영국 ‘스카이스포츠’ 기자가 흠칫 놀라는 동작을 했고 해당 영상 댓글에도 ‘손흥민이 기침한 것이냐’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한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인터뷰 당시 손흥민 옆에 있던 동료 스티븐 베르바인을 향해 ‘명복을 빈다’면서 도를 넘는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엔 온라인 매체 ‘더 스펙테이터 인덱스’가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속보를 내자, 한 네티즌은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 단체 사진에 마스크를 합성하기도 했다.

‘동양인 혐오주의’처럼 번지게 된 건 손흥민 동료인 델레 알리의 SNS 사태다. 알리는 지난 9일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한 동양인을 몰래 촬영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 균이 나를 잡는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면서 사진 속 동양인이 마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처럼 표현했다. 인종차별 행위로 지탄받자 당황한 알리가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알리의 게시물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중국 ‘웨이보’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다수 네티즌은 ‘알리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 ‘중국인을 바보 취급 했다’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알리처럼 영향력 있는 유명 축구 선수가 이같은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팬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알리는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해 잉글랜드축구협회 등 국가별 축구협회에서는 인종차별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알리는 사태 추이에 따라 별도 징계가 따를 수 있다.

선수 뿐 아니라 유럽 현지 경기장을 방문하는 동양인 축구 팬, 미디어 종사자도 ‘해코지 위험’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본지 통신원 뿐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유럽 4대 리그를 누비는 국내 여러 미디어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인종차별 사례를 털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냥 길거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옷으로 입을 가리고 가더라. 유럽에서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동양인 구별이 어려워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했다. 급기야 동양인 일반 시민이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는 보도가 연달아 나오고 있고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일제히 교민에게 신변 안전에 주의를 당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을 연고로 둔 중국 슈퍼리그 우한 줘얼은 가장 궁지에 몰렸다. 우한 줘얼은 이번 사태가 확산하기 전 일찌감치 스페인에서 새 시즌 대비 전지훈련을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스페인 안달루시아 소토그란데에 입성했다. 그러나 현지 클럽팀이 일제히 우한과 연습경기를 취소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지 호텔과 식당 이용에서도 이른바 ‘눈칫밥’을 먹고 있다. 이 지역 출신인 호세 곤살레스 감독이 “우리 선수들은 걸어 다니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며 입국 직전 검진 결과 증상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력이 없는 상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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