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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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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의 만화 삼국지 주인공들. 제공|녹색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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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의 만화 삼국지 주인공들. 제공|녹색지팡이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이현세 작가가 2020년 ‘이현세의 만화 삼국지’로 스포츠서울 독자들을 찾아온다.

이현세의 만화 삼국지는 오는 10일 첫 연재를 시작해 독자들에게 삼국지를 읽는 재미와 교훈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미 출간돼 꾸준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현세의 만화 삼국지’(녹색지팡이)의 성인 버전이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대사로 유명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는 작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다. 까치는 삶의 부조리에 맞서 자신이 쓰러질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뛰어드는 남자 중의 남자다. 이처럼 진한 남자의 세계를 주로 다뤄온 이현세 작가가 그려내는 삼국지는 어떤 색깔과 향기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현세 작가를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까치화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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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삼국지로 스포츠서울 독자들을 찾아왔다. 왜 지금 삼국지일까?

요즘 30~40대들 중 삼국지를 정독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읽었던 사람들도 제갈공명이 살아있을 때까지만 알고 제갈공명이 죽고난 다음의 역사는 모른다. 여성분들은 삼국지가 재미가 없어서 안읽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삼국지를 읽기는 진짜 어려운데 읽어두면 너무 좋다. 남편이나 아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아들이 있으면 아들과 소통하는데 삼국지가 필수다. 삼국지를 읽은 엄마와 안읽은 엄마는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 남자들이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남자들이 갈구하는 욕망이 삼국지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무장, 최고의 전략가가 마치 바둑을 두듯 싸우는데 수많은 인물들의 승부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지고 또 뒤집어진다. 그래서 포기하면 안되는구나, 전쟁은 이렇구나, 남자라면 이 정도 결기는 있어야겠구나 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걸 빼고 보면 사실 삼국지는 나쁜 책이다. 매번 남을 어떻게 속이고 이용하고 죽일까 한다. 그런데도 유비, 조조, 손권 등 세 주인공이 영웅답기 때문에 좋은 책이다.

- 유비, 조조, 손권 등이 영웅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세월호 사고를 겪는다면 세 명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봤다. 조조는 법치주의자이므로 세월호와 관련된 사람을 모두 다 처형했을 것이다. 배를 운항한 사람, 규정을 위반하고 사람을 더 태운 사람, 명령 늦게 내린 사람, 학생을 두고 먼저 나온 선장 등을 다 정리하고 그 다음 민심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손권은 세월호 유족을 궁으로 모셔와서 사죄하고 세월호 가족이 뭘 원하는지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눌 것이다. 손권은 소통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유비는 감성의 달인이다. (바다에서) 세월호 선체를 꺼낼 때까지 현장에서 같이 울고 있었을 것이다. 조조, 손권, 유비는 각각 치세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 감성의 리더십이라 하겠다. 이렇게 다른 세 명인데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통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신념을 가졌기에 셋은 영웅일수밖에 없다.

- 삼국지는 다양한 작가의 버전이 있다. 이현세의 삼국지의 특징은?

이야기 틀로 보면 한 명의 천재와 99명의 수재들이 전쟁을 펼치는 것으로 꾸몄다. 한 명의 천재는 제갈공명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천재가 되기위해 노력했던 수재들이다. 내가 삼국지의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영웅은 조자룡이다. 가장 순수한 무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영웅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백성을 구하기 위해 등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조자룡은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오로지 무장으로서 순수했다. 절대 지는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했다. 조자룡은 전투에서 한 번도 지지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늙어서 죽는다. 다른 영웅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죽었다. 유비는 전투에서 패해서 죽고, 관우 역시 손권에게 사로잡혀 죽고, 장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으려고 하다가 자던 중 부하에게 목이 베어진다. 제갈공명은 전투에 나갔다가 죽고, 주유는 제갈공명과 전쟁하다 죽고, 여포는 사로잡혀서 참형 당하고, 조조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보고 심장병으로 놀라 죽는다. 오직 전투에서 지지 않고 늙어서 죽은 사람은 삼국지의 영웅 중 조자룡 딱 하나다. 순수한 무장과 한 천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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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의 만화 삼국지 한 장면. 제공|녹색지팡이

- 정밀한 묘사와 대규모 전투신 등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림은 앞으로 이렇게 정교한 사실적인 삼국지 만화는 나올 수 없도록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그렸다. 정말 열심히 그렸다. 그리면서 재미있었다. 10권을 그리는데 3년이 걸렸다. 힘들었지만 끝내놓고 만족했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삼국지와 이번 삼국지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로 한국사, 세계사, 그리스로마신화, 삼국지를 출간했다. 삼국지를 준비하면서 어린이를 위해 따로 글과 그림을 만든다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리고 싶은대로 삼국지를 그렸고 출판사가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부드럽게 고쳐 어린이용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스포츠서울에 연재하는 삼국지의 글은 어린이용으로 고치기 전 온전하게 이현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다. 그렇기에 스포츠서울에 이 원고를 발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무척 큰 의미가 있다.

-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남녀노소가 모두 삼국지를 보실텐데 모두의 느낌이 다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노력하는 세 영웅의 얘기는 분명히 감동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갔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제일 큰 교훈은 희생 없이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나면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제갈공명이 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다. 너무 맞는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고 노력하는 건 자기 몫이지만 그 이후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다. 수많은 영웅이 미래를 예측하지만 결국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만난다.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서러워하거나 분노하면 안된다. 여기까지가 내 몫이구나 하는 것을 배우면 삶을 훨씬 잘 정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독자분들이 삼국지를 보면서 욕심을 내야할 때와 버려야 할 때를 알게 되면 좋겠다.

- 경자년 새해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사찰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를 하려고 한다. 지지난해에 은평구 진관사 초월스님과 작업을 하면서 혼령이 밥 먹으러 오는 만화를 그렸다. 그러면서 진관사를 자주 드나들었는데 진관사가 사찰요리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스님들이 사찰요리를 세계에 보급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사찰요리 만화를 구상하고 있다.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eggroll@sportsseoul.com

◇ 이현세 작가

▲1954년 경북 울진 생

▲1978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데뷔

▲1979년 ‘시모노세키의 까치머리’.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 1983년 ‘지옥의 링’. 1987년 ‘떠돌이까치’. 1988년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아마게돈’. 1989년 ‘카론의 새벽’. 1992년 ‘폴리스’. 1994년 ‘남벌’. 1997년 ‘천국의 신화’. 2005년 ‘만화한국사 바로보기’. 2007년 ‘버디’. 2008년 ‘창천수호위’, 2013년 ‘이현세 만화 삼국지’, 2018년 ‘그리스 로마신화’ 등 다수의 만화 출간

▲한국만화문화상 공로상, 제3회 아시아만화인대회 특별상,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 대한민국만화대상 대통령상, 서울특별시 문화상, 한국만화문화상 공로상, SICAF 특별상, 고바우만화상 등 수상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 역임, 제23대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역임, 현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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