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김남길이 연기에 대한 애정과 소신을 드러냈다.

김남길에게 있어 지난 2019년은 여느 해보다 남다른 해였다.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2019 SBS 연기대상’ 대상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기세를 이어 받아 김남길은 2020년을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으로 열게 됐다.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나선 아빠 앞에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은 ‘클로젯’에서 퇴마사 경훈 역을 연기한 김남길은 유쾌한 듯 하면서도 알쏭달쏭한 인물을 그려내며 극의 힘을 더했다.

-2009년 MBC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신드롬을 만들어낸 뒤 10년 만에 ‘열혈사제’로 대상을 받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열혈사제’도 작품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었다. 이전에도 똑같이 해오다 잘된 것 뿐이었다. 이 작품이 꼭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어떤 선배님께서 “10년 정도 기다리면, 한 번씩 기회가 온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인지 지난해 과분하게 그랬었다. 10년 동안 쌓아왔을 때 이전의 것이 응집돼 잘되는 것 같다.

-‘열혈사제’에서도 그렇고 신작 ‘클로젯’까지 캐릭터 연기에 힘쓴다는 평을 얻고 있는데 어떤지?

‘클로젯’에서도 조력자 역할이다 보니, 그에 맞춰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적인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임팩트를 생각하면 다른 캐릭터를 무너트리는 것 같았다. 다른 캐릭터에 맞춰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편안하게 잘 녹아들고, 얌전하게 연기한 편이었다. 장르적인 색이 퇴색되거나 묻히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김남길이 연기를 함에 있어 가장 힘쓰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멋있게’라는 것이다. 정서나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이 되고 공감을 일으켜야 중요한 것인데 멋있고 예쁘게 찍는 것은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 같다. 연기를 잘 하고, 맡은 캐릭터를 잘 한다면 자연스럽게 멋있고 예쁘게 보일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캐릭터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멋있는 것을 경계하려 한다지만, 이미 ‘나쁜남자’와 같은 작품으로 ‘옴므파탈’의 대명사인데 겸손한 것이 아닌지?

너무 웃기다. 하하. 연기할 때는 갖고 있는 모습보다 제 안의 몇가지 모습 중 극대화 해서 이야기 한다. 저를 기본으로 두고 연기를 하지만, 역할에 맞춰 표현하는데 받아들이려 한다. 평상시에는 나사가 풀린 느낌이다.(웃음) 연기를 할 때는 과감하게 하려 한다. 아무래도 예전에 했던 역할이 임팩트가 크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작품에 출연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점은 어떤 것일까?

스토리를 많이 본다. 영화가 메시지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안함이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스토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과거에는 배우의 대표 이미지에 포커싱을 맞췄는데, 지금은 편안함을 생각하려 한다. 경계선에 있는 느낌이다. 무겁고 고독한 모습을 보여드리다가, 편안하고 코믹한 모습도 보여드렸다. 거기서 오는 이미지에 대한 괴리감이나 고민도 있다. 빠른 시일 내 아버지 역할도 맡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까지 나쁜 남자를 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며 생활감 있는 연기를 하려면 그런 역할을 계속 접해야 한다 생각한다.

김남길
배우 김남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생각보다 필모그래피가 별로 없다. 정통 멜로, 코미디, 느와르,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 연기의 재미를 느낀 것이 영화 ‘무뢰한’ 이후였다. 예전에는 작품 사이 텀도 길었다. 지금은 그 텀을 최소한으로 줄여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겠다고 생각한다.

-‘연기대상’ 배우인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연기에 대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해보니 달라지더라. 함께 하며 하정우 형도 놀랐던 것이 더 심플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심플한 연기라 생각하면 허전하고, 집에 가면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아 연습을 하고 했는데 이제는 저것이 연륜이고, 경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만큼 많이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남길에게도 배우 생활을 하며 슬럼프가 있었는지?

지금도 슬럼프고 늘 슬럼프다. 작품을 하나 할 때 마다 이것을 잘 했으니 성장을 했다 생각하고, 다음 시나리오를 받고 ‘잘할 수 있겠지’ 생각한다. 그런데 받아보면 또 막힐 때도 있다. 분명히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월해지면, 또 막히고. 비슷한 종류의 작품을 받으면 전작과는 다른 인물을 표현하려 하니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 완벽주의자인가. 하하. 그래야 재밌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배우로서 갖고 있는 장점이 뭘까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은 스타성을 갖고 성공했지만, 제가 보여드릴 것은 연기력 말고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됐다. 잘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다음 번에도 기회가 왔다. 그런 것 때문에 만족을 못하기 보다는 계속 도전하고 싶다. 저는 똑같다는 이야기가 싫다.

-김남길도 외모부터 스타성까지 갖춘 배우인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저는 예전에도 그런 차이를 많이 느꼈다. 사실 스타성도 잘 모르겠다. 연기는 어디서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배우라면 당연히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잘 생김은 잘 모르겠다. 그런 것에 대한 감도 전혀 없다. 다른 얼굴로 바꾼다면 우성이 형 얼굴과?(웃음)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다. 좋은 작품, 캐릭터를 하는 것이 늘 부럽다. 지금처럼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과 꾸준하게 쉬지 않고 하는 것이 목표다. 예전에는 천만 배우가 되고 싶거나,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요즘은 조금 방향성이 달라져서 목표치보다는 현재 충실한 것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가다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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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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