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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처음 유튜버를 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던 부모님께 최근에 효도 제대로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뷰티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던 애림(본명 문애림· 28)은 현재 적성에 딱 맞는 일을 하고 있다. 뷰티 유튜버이자 패션 유튜버인 그는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11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처음 유튜버가 되겠다는 말에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셨지만 아버지는 반신반의했다고. “용돈벌이나 할 수 있겠냐”고 걱정 반 기대 반 지켜보셨던 아버지께 최근 큰 효도를 했다며 애림은 활짝 웃었다. “얼마 전 부모님께 차를 선물해드렸어요! 어머니도 좋아하셨지만 아버지가 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유튜버 일을 시작하고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 느낌이에요. 부모님이 항상 격려의 말씀도 해주시고 가족 모임도 부쩍 늘었어요. 주변 분들한테 제 자랑도 많이 하시고 (웃음). 최근에 독립을 했는데 부모님의 도움을 살짝 받긴 했지만 대부분 제 힘으로 집을 꾸렸어요.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유튜브 시장. 애림은 뷰티 유튜버라는 직업이 생소하던 유튜브 초창기 때부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끼가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는 한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러다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게 됐고, 뷰티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교 전공을 정할 때 뷰티학과를 선택했어요.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쯤 여느 청춘들이 고민하는 거처럼 진로를 고민하다 유튜버라는 세계를 알게 됐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하고 싶은데 뷰티를 좋아하니까 유튜버가 적성이겠다 싶었죠. 처음엔 우여곡절도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든 거 같아요”라고 유튜버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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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림은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부터 브이로그, 패션 하울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특히 영상 업로드 횟수가 잦고 콘텐츠가 그때그때 새로운 편이라 구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 편집자를 구하기 전까지 3년간 촬영, 편집 모든 걸 혼자 했어요. 일주일 내내 거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을 반복했는데 구독자분들도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시고 계속 제 채널을 찾아주시더라고요. 가끔은 ‘쉬엄쉬엄 영상 올려도 괜찮아요’라고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이 계신데 그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그래도 항상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영상을 자주 올리려고 노력해요. 오래 쉬면 저 스스로 불안하더라고요. (웃음)”

요즘엔 패션 영상이 주를 이루는데, 가격대를 맞추거나 한 쇼핑몰, 한 아이템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영상이 많다. 이 많은 옷과 소품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궁금해지는데, 애림은 “쇼핑 하울을 자주 올리니까 구독자분들이 호기심을 갖고 제 채널을 봐주시는 거 같아요. 이 콘텐츠가 제 채널의 특징이 됐어요. 제 콘텐츠로 쇼핑 욕구를 채우고 대리만족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하울 영상에서 보여드리는 옷과 화장품 등은 주로 나눔을 많이 해요. 가족, 지인들한테 나눠주거나 해외 선교회에 기증하기도 해요”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강점과 콘텐츠가 있다는 건 유튜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 쉬지 않고 열심히 올린 패션 영상으로 업계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마켓을 준비하게 됐다. “유튜버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후부터 ‘대형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만의 스타일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워낙 독특하고 튀는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초창기에는 특이한 패션 영상이 많았는데, 제 개성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걸 누가 입고 다니냐’, ‘촌스럽다’ 등 아직도 마음에 박힌 악플들이 달렸어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분들의 의견도 수렴해서 이제는 덜 특이하고 웨어러블한 패션 아이템으로 채우게 됐어요. 저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 기쁘고 취향이 담긴 옷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됐다는 게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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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나 본 애림은 웃음이 많았다. 항상 영상에서도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유튜버를 결심하기 전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수입이 많은 유튜버를 보고 막연하게 꿈을 꾸지만, 사실 유튜브 영상과 기사 등을 통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유튜버들의 사례를 익히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애림은 유튜버라는 일을 선택하고 마음의 병을 치유했다고. “취준 시기에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어요. 원래는 뷰티학과를 전공한 만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가졌었는데 막상 일을 경험해보니 고민이 커지더라고요. 당시에는 열정 페이를 받고 일하는 경우도 많았고 경쟁도 치열해서 정말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카메라를 켜고 자신이 좋아하는 뷰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생기를 얻고 성취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애림은 “제가 아는 뷰티 꿀팁도 설명하고 제품을 써보고 설명하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이거 안했으면 뭐 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만족해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제 직업에 애정이 가요”라고 밝게 웃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무작정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은데, 이와 관련해 조언도 전했다. “또래 직장인 친구들보다 수입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유튜버 일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투자도 필요해요. 직장인들에 비해 수입이 높긴 해도 때에 따라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에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스스로 정말 적성에 맞는지, 열심히 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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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수입은 전체 구독자 수와 직결되긴 하지만 충성도 있는 구독자의 비율이 높은지, 댓글의 반응과 피드백이 긍정적인지도 중요하다. 애림 채널은 구독자 수에 비해 꾸준한 구독자들이 많고 피드백이 많은 것이 특징. 이에 대해 “감사하게도 조회 수가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새로 유입되는 구독자들이 확 늘 때도 있지만 금방 사라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도 꾸준히 구독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기뻐요. 댓글 하나하나도 너무 소중하고 댓글 때문에 위로가 되고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침체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댓글과 구독자들의 응원에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고치곤 해요. 이번 여름에 소규모로 팬미팅을 했는데 행복했어요. 조만간 또 기회를 만들어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라고 구독자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오래오래 유튜버 일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가정이 생겨도 할머니가 돼도 유튜브를 계속하는 게 제 꿈이에요. (웃음)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글·사진 |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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