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욱
U-23 축구대표팀 정태욱이 사우디와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전 연장 후반 헤딩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김학범호’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비긴 뒤 연장 후반 7분 정태욱의 헤딩 결승골로 1-0 신승했다. 한국은 이전까지 2014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다. 지난 2016년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준우승이 최고 성적. 김학범호는 대회 결승에 오르면서 3위 이내에 주어지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티켓을 획득, 한국의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해낸 데 이어 첫 우승까지 성공했다. 특히 김 감독은 U-23 대표팀을 맡은 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이 대회까지 접수하면서 지략가다운 위용을 떨쳤다.

김 감독은 이날 오세훈을 원톱으로 두고 정우영과 이전까지 왼쪽 풀백으로 뛴 김진야를 좌우 측면에 두는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4경기 연속 무실점 방어망을 자랑하는 사우디 수비진을 두고 개인 전술과 기동력이 두드러지는 ‘정우영·김진야 카드’로 승부를 내걸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김진규가 나선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동현과 원두재가 짝을 이뤘다. 포백은 강윤성~정태욱~이상민~이유현이,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이 꼈다.

양 팀은 결승전 답게 초반 탐색전을 이어갔고 2선에서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벌였다. 한국은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중심으로 사우디 공격을 강하게 제어했다. 사우디도 한국이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면 2선에서 적극적으로 몸 싸움과 반칙으로 끊어냈다. 한국의 공격을 깨운 건 대표팀 유일한 ‘유럽파’ 정우영. 왼쪽 날개로 포진한 그는 전반 20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이어받은 뒤 사우디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페널티 아크 왼쪽을 질주했다. 사우드 압둘하미드를 제친 그는 회심의 슛을 시도했지만 사우디 골키퍼가 막아냈다. 하지만 한국은 정우영의 번뜩이는 역습 이후 지속해서 사우디 측면을 두드렸다. 사우디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공세에 2선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맞불을 놓았다. 전반 25분 무크타 알리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위협한 데 이어 4분 뒤엔 알함단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어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 전반 종반 다시 공격에 불이 붙었다. 전반 34분 오세훈이 김진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위력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8분 뒤엔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김진야가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시도한 오른쪽 크로스가 문전 정우영에게 향했다. 정우영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강하게 찬 오른발 슛이 골문 위로 벗어났다. 김 감독이 이날 가장 기대했던 장면과 궤를 같이 했는데 마무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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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정우영 대신 이동준을 투입했다. 후반 8분엔 김진규 대신 이동경을 투입, 일찌감치 공격에 변화를 주면서 승부를 걸었다. 후반 12분 교체 자원이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동경이 사우디 수비 뒷공간을 허무는 침투 패스를 넣었다. 이동준이 재빠르게 낚아챈 뒤 사우디 수비를 제치고 한 박자 빠른 왼발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우디 골키퍼가 몸을 던져 쳐냈다. 한국의 이날 첫 유효슛이었다.

수세에 몰린 사우디는 칼리드 알간남 대신 아이만 야히아, 알함단 대신 페라스 알브리칸을 각각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한국은 후반 28분 오른쪽 풀백 이유현 대신 김대원까지 투입했다. 김대원이 왼쪽 측면에 배치된 가운데 김진야가 오른쪽 수비로 내려왔다. 4분 뒤 김 감독의 용병술이 다시 들어맞을 뻔했다. 오른쪽에서 김진야가 전방으로 찔러준 공을 이동준이 이어받아 다시 수비를 벗겨낸 뒤 페널티 아크 오른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중앙으로 쇄도한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려다가 사우디 수비에 끊겼다. 사우디도 후반 종반 틈을 노렸지만 한국 수비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연장 승부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가운데 후반 초반 양 팀 선수가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연장 후반 5분 김대원의 패스를 받은 이동경이 문전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이번엔도 사우디 골키퍼가 잡아냈다. 하지만 상대 측면을 지속해서 두드린 한국은 기어코 0의 균형을 깼다. 연장 후반 7분 김대원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 이동경이 예리하게 왼발로 감아찬 공을 문전에서 수비수 정태욱이 높이 솟아 올라 머리로 받아넣었다.

한국은 막판 수비수 김태현까지 투입된 가운데 사우디 반격을 돌려세웠다. 끝까지 견고한 수비를 유지하면서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내며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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