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은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유산슬에게 신인상을 줬다. 유산슬은 방송 데뷔 29년차였던 유재석의 이른바 ‘부캐릭터’로 신인 트롯트 가수로 인기 몰이를 했다. 방탄소년단 못지 않은 우주 대스타를 꿈꾸던 교육방송(EBS) 인기 캐릭터 펭수는 그의 꿈대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올 겨울 야구팬의 ‘워너비 단장’으로 등극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드림즈 백승수 단장도 이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까. 스포츠서울이 설 명절을 맞아 백승수 단장이 KBO리그 10개구단에 들려주는 희망 메시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남궁민
‘스토브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드림즈 백승수 단장이 21일 구단 사무실 앞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단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드림즈 백승수 단장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야구팬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스토브리그가 끝나가는 시점이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준우승팀인 바이킹스와 스프링캠프 첫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만년 꼴찌였던 드림즈가 첫 평가전에서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 낼지 기대된다”며 웃었다.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일하는 단장’이 야구단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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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백승수 단장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프런트 구성원 개개인이라고 강조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처음 드림즈에 취임했을 때 백 단장은 프런트에게 “배부른 돼지”라고 혹평했다. 각자 일은 하지만 그 이상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인 탓이다. 백 단장은 “함께 생활을 해보니 프런트 식구 개개인은 능력이 있더라.오랜 꼴찌 생활로 승리에 대한 열망이 떨어져있었을 뿐이었다. 그 욕구를 끌어 올리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프런트와 선수단이 힘을 합쳐 이기는 기쁨을 느끼는 게 절실해 보였다는 의미다. 이른바 뒷돈 거래와 깜깜이 스카우트를 일삼던 ‘레전드 출신‘ 스카우트 팀장을 경질하고, 실력 하나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성이 덜된 4번타자 임동규를 트레이드로 내보낸 배경이었다.

곁을 내어주지 않던 냉혈한으로 비치지만 일 하나만큼은 똑부러지게 하는 ‘야알못’ 단장 덕분에 드림즈 프런트도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패배의식에 젖은 수동적 직장인에서 벗어나 팀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끌고가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도 되살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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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도시남자 같은 이미지였지만 실제로 만난 백승수 단장은 따뜻한 정의감을 가진 휴머니스트였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백 단장은 스스로 “완력에는 쉽게 제압당하는 종이인형 같은 인간이지만, 지략이나 정치논리로는 결코 지고 싶지 않은 정의감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드림즈 캐치 프레이즈가 ‘선수들에게 즐거운 야구를 선물하자’이다. 선수들이 신명나게 그라운드를 활보하면, 팬들도 함께 춤을 추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프런트가 먼저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강한 마음을 갖는게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선수단 전체 연봉 30% 삭감이라는 그룹 방침에 프런트 맨파워를 활용해 선수단 전원을 지켜낸 점이나, 2017년 준우승 시절 불펜포수와 투수, 트레이너 등 개인 역량이 뛰어난 역전의 용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팀에 돌아오게 만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점은 백 단장의 광폭행보에 KBO리그 팬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는 점이다. 구단주 대행과 갈등으로 잠시 사임했을 때 “우리팀 단장으로 와달라”는 메시지가 속출했을 정도다. 백 단장은 “단장을 해보니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고, 팀이 이길 수 있는 선수 구성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편으로는 구단주를 포함한 윗사람들과 정치 싸움도 해야하고, 타 구단 단장들과 지략 대결도 해야 한다. 이전까지 했던 일과 차이가 너무 크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단장이 자신의 소임을 다 한다면, 구성원들도 힘을 보태줘야 한다. 질책보다 칭찬을, 배척보다 신뢰를 보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직 팀 정상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외로운 싸움을 하려면 동료들의 지지가 동력이 된다는 의미다. 개개인이 역량을 갖춘 팀이라면 더더욱 동료들의 지혜가 하나로 모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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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구단 팬들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백승수 단장이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소짓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야구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백 단장의 광폭행보는 흥행 침체로 고심 중인 KBO리그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은 사람이 문화를 바꾼다는 교과서적인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백 단장은 “야구단장으로 일을 하다보니 야구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휴머니즘이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BO리그가 잊고 있던 덕목도 ‘휴머니티’다. 백 단장이 드림즈 프런트를 통해 끌어올린 ‘야구를 향한 열정’ 역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KBO리그 구단에 묵직한 돌직구로 날아든다.

zzang@sportsseoul.com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백승수 단장에게 생명을 불어 넣은 배우 남궁민의 인터뷰는 24일 오전 온라인 및 모바일에 공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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