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효정기자] "올해엔 해외로 나가 다섯 번은 싸우고 싶어요. 프로 격투기 선수로서 첫 승을 거둘 겁니다. 그리고 밀라노와 뉴욕 패션쇼 런웨이에 오를 거예요."


1월 어느 오후, 매서운 바람과 미세먼지를 뚫고 삼성역의 카페에 들어서자 어떤 남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검은색 맨투맨을 입었지만 넓은 어깨와 큰 키, 그리고 훤칠한 외모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보면 좀 묘하다. 송아지 같은 왼쪽 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다. 커다란 손은 상처투성이로 마디마다 터 있다. 양팔은 어딘 가에 긁힌 양 빨간 선들이 그어졌다.


이 특별한 외모의 주인공은 tvN 리얼리티프로그램 '소사이어티게임2'에 출연하며 '꽃미남 피트니스 모델'로 화제가 됐던 모델 겸 프로격투기 선수 김회길(29·엔젤스파이트)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모델과 투박하고 거친 프로격투기 선수를 병행하는 것은 상상이 어렵다. 그러나 김회길은 영리한 자기관리를 통해 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격투기선수로서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멋진 몸이 유지돼서 모델로서 편하겠다"라는 질문에 김회길은 '안타깝지만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격투기 선수로서는 힘이나 지구력 등을 고려했을 때 몸집을 키워야 해요. 반대로 모델로서는 마른 체형에 날씬한 이미지, 그리고 선명하게 쪼개지는 예쁜 근육이 요구되기 때문에 촬영을 앞두고 다이어트가 요구됩니다. 특히 저는 키가 190cm가 넘는 데다 뼈대도 커서 체중감량과 식단조절이 필수인데요.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체중을 늘였다 줄였다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회길의 모델 데뷔는 프로격투기 선수 데뷔보다 빨랐다. "사실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요"라며 김회길은 모델로 데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특수부대에 대한 선망이 있었던 그는 용인대학교 체육대학 용무도과를 졸업한 뒤 ROTC 장교로 근무했다.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2015년, 김회길은 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고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담당 재활 치료사가 SBS 슈퍼모델 출신이었고, 김회길에게 모델데뷔를 추천한 것. 2016년, 김회길은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에 진출하면서 프로 모델 길에 들어섰다.

모델 데뷔 후 달라진 점으로 그는 자신의 표정과 태도를 꼽았다. "모델이 되기 전에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었어요. 엄격한 분위기에서 체육을 계속 전공했었고, 학부 시절엔 경호 아르바이트도 꽤 오래 했습니다. 또 졸업 후엔 장교로 근무했고요. 점점 차갑고 딱딱한 표정이 익숙하더라고요, 눈빛이 날카롭고 차갑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밝아졌다. "주변에서도 순해졌다고 많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또 선수로서 경기 시에는 강인함, 카리스마가 요구되거든요. 다양한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거 같아 좋습니다."



김회길은 프로격투기선수로서 포부도 드러냈다. 지난 2018년 홍콩에이전시에 속해 전 세계에서 스카우트된 모델들과 함께 밀라노 패션쇼 데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데뷔를 보류하고 최근 모델 일도 줄였다. 프로 격투기선수로서 첫 승리를 거두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군대에서 다친 이후 프로격투기 선수 데뷔에 대한 마음을 접고 지내왔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갔는데 가슴이 뛰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지면 프로 데뷔를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2018년 9월에 아마추어 경기에 올랐어요."


월등한 실력을 선보인 김회길은 이례적으로 아마추어 무대에 선 지 3개월 만인 2018년 12월 프로종합격투기 선수로서 AFC에 데뷔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진지한 눈빛을 보이며 "저는 욕심쟁이인지 모델, 격투기선수. 둘 다 잘하고 싶어요"라고 고백했다. 그는 "2020년에는 격투기선수로서 첫 승을 빨리 하면 좋겠어요. 해외 원정경기도 좋고, 적어도 다섯 번은 싸우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첫 프로경기에서 패배했어요. 몇 년 만의 패배라 '내가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리고서 지난 시합에선 무승부 판정을 받았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회길은 "손발이 부러지고 얼굴이 무너져도 돼요. 앞으로는 무조건 이기고 싶어요. 외모로 주목받는 것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회길은 재미없는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선수로서 안정된 위치에 오른다면 런웨이 모델로서 해외 진출이 하고 싶어요. 밀라노나 뉴욕 런웨이에 오른다면 좋겠죠?"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모델과 격투기선수, 프로로서 두 분야를 동시에 현명하게 해내고 있는 비법으로 그는 '성실함'을 꼽았다. 이를 위해 고강도의 운동·훈련과 식단관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다.


경기 두달 전부터 철저하게 금주한다는 그는 "술을 정말 좋아하지만, 지난해 다섯 번도 마시지 않았어요"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회길은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고 있기에 즐거워요.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도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겸손한 자세로 그런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chohyojeong@sportsseoul.com


사진 | 김회길 제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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