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저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롯데가 아닌 ‘KIA 젊은 피’로 새 출발을 앞둔 김현수(20)의 어깨가 무겁다.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옮긴 안치홍(30·롯데)의 보상 선수로 지명됐다. 프로 입단 1년 차에 덜컥 새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아쉬워할 시간은 없다. 굳건히 KIA를 지켜온 ‘원클럽맨’의 공백을 메꿔야 하고, 미래 선발자원으로 가치도 입증해야 한다. 같은 길을 걸었던 포수 한승택(26)과 투수 임기영(27)이 주전급으로 성장해 보상선수의 ‘좋은 예’로 자리한 만큼 김현수도 스파이크끈을 바짝 조여 맸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지난 시즌 초반과 막바지에 1군 기회를 얻어 마운드에 섰다. 등판했던 6경기에서는 1패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최근 사이판에서 훈련 중인 그는 “(이적 소식은) 기사를 통해 알았다. 연락도 많이 왔는데 갑작스러워서 실감이 안 났다”며 “사실 20인(보호 선수 명단)에 묶여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적 확정 후 가장 먼저 그를 덮친 것은 부담감이다. 현재 KIA에는 김기훈(20), 전상현(23), 하준영(21) 등 젊은 투수들이 즐비한 터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처음엔 정말 얼떨떨했다. 선택받은 만큼 잘해야겠단 마음이 가장 먼저 들더라”며 “1년 간 배운 게 많았다. 롯데에서 얻은 것들을 잘 기억하고 가겠다”고 각오했다. 자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준 KIA엔 실력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했다. 김현수는 “선택해 주신 KIA에 정말 감사하다. 저를 뽑아준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근 KIA는 격동의 시기에 섰다. 창단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고, 세대교체를 함께 이끌어나갈 선수층 연령도 대폭 낮아졌다. 성공적인 리빌딩을 위해서는 ‘젊은 피’의 성장이 필수다. 막중한 책임감을 등에 업고 맷 윌리엄스 사단에 합류하는 김현수의 선결 과제도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그는 “어떤 팀이든 선발 도약을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 팀을 옮기게 된 만큼 준비를 더 열심히 할 예정”이라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외적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분명하다.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기훈을 비롯해 함께 프로의 꿈을 꿨던 동료들이 KIA의 미래 자원으로 성장 중이다. 김현수는 “동고동락했던 롯데 동료들을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친한 동기들이 KIA에도 몇 있다. 같이 열심히 하면 되니 여러모로 기대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설레는 것은 ‘대투수’ 양현종(32)과 만남이다.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KIA의 1선발로 굳건히 중심을 지켜온 만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조우를 기대했다.

김현수는 오는 25일 귀국 후 곧바로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새 출발을 눈앞에 두고 “꾸준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는 더 필요한 말이 없다”며 짧지만 무거운 한 마디를 남겼다.

younw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