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김태군을 보는 양의지,
양의지(오른쪽)가 김태군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노장만 남았다. 에이전트 입장도 사면초가에 몰린 셈인데 협상은 답보 상태다. 치밀한 전략이나 전문지식 없이 어설프게 뛰어든 에이전트들이 올겨울 고초를 겪고 있다. 2020시즌이 종료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에이전트 제도 시행 2년만에 대리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 남아있던 유일한 포수 김태군(31)이 잔류했다. 김태군은 지난 18일 NC와 4년 최대 13억원(계약금 1억원, 연봉 2억원, 옵션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타구단의 제안을 뿌리치며 기회를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연봉 2억 3000만원 보다 적은 금액(보장액 기준)에 도장을 찍었다. NC는 지난해 양의지와 4년 125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은 구단이다.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고, 젊은 기대주도 성장 중인 팀 전력 구성상 김태군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FA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1년 연장 등 현실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했다. 선수 개인의 욕심도 있겠지만, 이를 설득해 더 양질의 상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에이전트의 몫이다. 단순히 선수 세일즈만 하는 게 아니라 매니지먼트까지 관장해야 좁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시장에 남은 노장들의 협상도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김태군의 계약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수의 기량과 미래 뿐 아니라 에이전트의 협상력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김태군의 에이전시는 소속선수 중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해외진출에 더 집중했다. 실무진이 그쪽으로 빠져나갔다. 막판 대표가 직접 구단과의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김태군의 가치를 높이는데에는 실패했다. 자본 논리에 따라 에이전시는 큰 계약에 힘을 집중했고, 작은 계약은 그만큼 공을 들이지 않았다. 구단을 설득할 협상전략도 약했다. 선수와의 연봉협상을 진행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옥석이 가려진다”며 “에이전시의 능력차가 천차만별”이라고 꼬집었다.

김태균
한화이글스 김태균.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에이전트 제도는 지난 2017년 겨울부터 시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A급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에이전트 시장이 블로오션으로 떠올랐다. 변호사를 비롯해 관심있는 이들이 몰렸다. 실제로 올해까지 총 153명이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KBO리그 에이전트는 속 빈 강정이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나올수 없는 구조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이 나온다. KBO규약상 에이전트는 선수 3명, 에이전시는 선수 15명을 초과해 대리할 수 없다. 수익은 연봉 수수료로 5% 수준이다. 연봉 1억원 선수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연봉 5억원 정도의 선수를 여러명 데리고 있는 에이전시 대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규약상 불리함이 시장 위축으로 귀결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19일 현재 FA미계약자는 고효준, 손승락, 오주원, 김태균 등이 남아있다. 이들 모두 30대 중후반이다. 가성비를 따져보면 썩 매력적인 카드는 아니다. 시장 수요가 적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에이전트의 일방통행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전준우, 손승락, 오주원 등은 최초 에이전트에게 협상을 맡겼다가 중간에 에이전트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고효준은 롯데와 사인&트레이드 논의까지 주고 받았지만 온도차는 여전히 크다. 오히려 구단에 계약 조건을 백지위임한 오지환(LG)이나, 에이전트 없이 직접 교섭에 나선 박석민(NC)이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에이전트 역할론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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