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진표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진표에는 개최국 일본의 꼼수가 엿보인다.

도쿄올림픽 야구 본선에는 6개팀이 진출했다. 이들이 3개국 2개조로 나뉘어 팀당 두 경기씩 조별리그를 치른다. 일반적으로 이럴 경우 1패라도 당한다면 토너먼트 진입이 쉽지 않다. 그러나 도쿄에서는 2패를 하더라도 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바꿔 말하면 2승을 해서 조 1위로 가더라도 준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할 수도 있다.

독특한 대진 방식 때문이다. 도쿄 대회는 ‘오프닝라운드’라고 명명한 조별리그에서 6경기, ‘녹아웃 스테이지’라고 부르는 토너먼트에서 10경기로 총 16경기가 열린다. 오프닝 라운드의 목적은 탈락할 팀을 골라내는 게 아닌 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다. 여기서 결정된 등수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입해 각 조의 1,2,3위가 서로 맞붙는다. 1위팀 맞대결에서 승리한 팀은 준결승에 직행한다. 2위팀 승자와 3위팀 승자는 서로 한 번 더 겨룬 후 승리해야 준결승에 올라 1위팀 승자를 상대할 수 있다. 한 번의 패배로 탈락이 확정되는 경우는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 3위팀 맞대결에서 진 한 팀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각 단계 패자끼리 맞붙는 기회가 있어 첫 단추를 잘못 꿰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은 한 팀은 결승까지 진출한다.

이런 대진으로는 이겨도 져도 마음놓을 수 없다. 야구가 가장 최근 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8개국이 서로와 한 번씩 맞붙어 상위 1~4위팀이 결선 토너먼트를 치렀다. 당시 한국은 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반면, 일본은 결선 4강전에서 한국을 만나 탈락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일본의 집념 속,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갖은 외부 변수까지 지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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