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오지환, 2회 추가 득점 뽑는 적시타
LG 오지환이 2019년 8월 31일 문학 SK전 2회초 1사1,3루 좌전안타를 친 후 김호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가슴 한 켠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응어리를 풀었다. 비난여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을 다짐했다. LG 유격수 오지환(30)이 FA(프리에이전트) 계약 과정과 자신의 기량, 그리고 다가오는 2020시즌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았다.

오지환은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신년하례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스스로 “나는 질타를 많이 받는 선수”라고 무겁게 입을 열면서도 “내가 하지 않은 얘기들이 한 얘기처럼 퍼진 경우가 많다. 최근 2년간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가슴을 열었다.

FA 계약 과정에서 나온 계약기간 6년, 그리고 100억원 요구에 대한 진실부터 밝혔다. 오지환은 “단 한 번도 100억원을 말한 적이 없었다. 6년 계약을 바란 것은 맞다. 하지만 금액은 없었다. 계약기간 6년이 나오고 그 다음에 금액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간 6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과장된 얘기인 것 같다. 구단에서 6년을 해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금액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속을 태웠던 순간을 돌아봤다.

계약서에 사인하며 계약을 마무리한 순간을 두고는 “FA 계약시기에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질타는 원래부터 많이 받아서 두렵지는 않았는데 가족들이 힘들어 하더라.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백지위임을 결정했다”면서 “사인하고 나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냥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4년을 LG에서 뛴다는 점에 기분 좋았다. 사실 이전부터 빨리 계약을 하고 싶었다. 이지영 형처럼 선두주자로 하고 싶었다. 더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회상했다.

비난 여론 가운데 자신을 향한 잘못된 선입견이 있나는 질문에는 “일단 나름 소신껏 살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야구를 못하더라도 핑계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론은 내가 항상 핑계대고 피하는 사람처럼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말을 아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2018 아시안게임(AG)을 전후로 언론과 거리를 둔 이유와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 운동선수가 말을 많이 해봤자 좋을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뷰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구단을 통해서 인터뷰를 거절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언론에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답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오지환
오지환 등 야구대표팀의 선수들이 2018년 8월 1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을 소화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비난의 중심에는 2018 AG 승선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오지환은 AG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10구단 주전 유격수 중 가장 많은 28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00 OPS 0.764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유격수 중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김하성(타율 0.312·OPS 870)에 이은 유격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덧붙여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은 내야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허경민을 고려했지만 허경민이 허리 통증 부담을 안은 채 시즌을 치르고 있었던 만큼 팀에 두 번째 유격수를 두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연말에 출간한 자서전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넣었다. 그는 과거의 관행을 벗어던지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도 “다만 최소한의 명예 감정으로 한 두 가지 변명은 남겨두고 싶다. 한두 선수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3개월 전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를 확정지었을 때 그 선수들은 해당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국가대표로서 자격이 충분했다”고 적었다. 덧붙여 “그리고 단기전이라는 AG의 특성상 더블 포지션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했다. 시즌 중후반기라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고, 또 개최지가 적도 근방의 인도네시아라서 덥고 습한 날씨에 체력적인 부담 또한 염려됐다. 그래서 가능하면 체력이 튼튼한 젊은 선수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선수 선발 과정에서 형성됐다”고 최종 엔트리 구상 과정을 돌아봤다.

오지환
LG 오지환이 지난해 5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송구를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오지환은 자신을 돌아보며 수비에서 자신감, 그리고 타격에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히 6년차까지는 수비를 못했다. 그래도 최근 3년은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수비는 실수도 줄여야 하지만 과감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려워하지 않고, 에러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팀 승리에 집중하고 에러 후 감정을 잘 추스려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수비시 중점을 두는 부분들을 나열했다. 평가절하 요인이 되고 있는 에러 수를 두고는 “에러 숫자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2019시즌 에러 12개를 하면서 에러가 많이 줄였지만 2019년보다 2018년에 더 나은 수비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수비에서 에러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누구와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자신 만의 수비 철학을 펼쳐보였다.

타석에서 기복이 심하고 아직 자신 만의 타격이 자리잡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오지환은 “타격은 여전히 내 숙제다. 당연히 만족을 못한다. 많이 부족하다. 목표는 항상 150안타로 두고 있는데 지금도 배워가는 과정이다. 내 기량이 부족한 게 맞다. 기복이 심하고 삼진이 많은 것은 고쳐야 한다”고 문제점을 곱씹었다.

[포토] LG 오지환, 3-2 신승으로...쾌조의 7연승!
오지환 등 LG 선수들이 지난해 5월 1일 잠실 kt전에서 3-2로 승리한 뒤 마운드에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020시즌에 대한 전망을 묻자 “나만 잘하면 우리팀은 잘 된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오지환은 “올해 우리팀 전력이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전력이 아닐까 싶다. 현재 각 포지션별로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있다. 2루수 자리는 (정)주현이가 (정)근우 선배님와서 울고 있겠지만 경쟁할 것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나만 잘 치면 우리 팀은 많이 좋아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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