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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성(왼쪽)과 신유빈. 출처 | ITTF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더 잘해서 별명을 바꿔보고 싶네요.”

조대성(18·대광고)의 2019년은 ‘탁구 신동’이라는 별명다웠다. 8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2019 체코오픈에서는 처음 손발을 맞춘 파트너들과 함께 혼합복식에 남자복식까지 제패하며 2관왕을 차지했고, 9월 아시아선수권에는 협회 추천 국가대표로 참가해 2020 도쿄 올림픽 전초전도 경험했다. 전 세계 탁구 최고의 별들이 모인 왕중왕전 성격의 그랜드파이널에는 선배들을 제치고 초청장을 받았다. 각종 대회에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출전해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썼다.

대표팀 막내의 꿈은 더 원대하다. “2019년 초반까지는 2020년 기대를 안 했는데, 의도치 않게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아쉬운 점이 많았으나 운도 많이 따라줬던 한해였다.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더 큰 게 왔다”고 지난해를 갈음한 그는 “솔직히 ‘탁구 신동’이라는 별명이 맘에 든다. 나한테 관심을 주는 거니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신동은 한 번 해봤으니 더 잘해서 별명을 바꿔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레 ‘에이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첫술에 배부르길 기대하는 건 아니다. 올해 당장 도쿄올림픽이 닥친 상황이지만, 조대성은 더 긴 호흡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하려 한다. 그는 “세계랭킹이 낮아서 높은 선수들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열심히 경쟁은 해야겠으나 현재로서는 불리한 게 사실이다. 올림픽은 세계랭킹을 무시 못 한다”며 “도쿄도 물론 나가고 싶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안 되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2024년 파리올림픽을 바라보겠다. 도쿄와는 달리 준비해 파리에는 꼭 나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짝꿍’ 신유빈(16)이 함께하기에 이 과정은 외롭지 않다. “두 얼굴의 파트너다. 평소 생활할 때와 탁구칠 때가 다르다. 만나면 싸우는 편은 아닌데, 제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라 티격태격 많이 한다”고 신유빈을 소개하는 조대성의 말투에서는 고등학생다운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탁구에 관해서 만큼은 이내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경기 중 화가 많은 편이다. 한 번 화가 나면 주체를 못 하는데, 파이팅이 넘친다고 볼 수도 있으나 탁구라는 스포츠에서는 실이 더 크다”며 “유빈이는 나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내가 감정 조정이 안 될 때 옆에서 컨트롤을 해준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한국 남자 탁구가 역대 올림픽 단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건 유남규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감독(1988년 서울올림픽)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 2명이 전부다. 롤모델을 묻자 조대성은 이 둘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오늘도 ‘남자 단식 역대 3번째 금메달’을 목표로 아침 일찍 수원 집에서 나서 저녁 늦게 서울 학교를 떠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사람으로서는 착하고 예의 바르지만, 코트에서는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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