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바이킹 슬리피1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2019년은 래퍼 슬리피(김성원·36)에게는 잊지 못할 한해였다.

지난 13년간 몸을 담았던 전 기획사를 떠나 PVO(피브이오)라는 1인기획사를 세우며 홀로서기에 나섰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시작된 분쟁은 현재까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슬리피는 래퍼이자 연예인으로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특히 지난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슬리피는 “도와주실려는 분도 많고 진실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다”면서 “방송에서도 많이 불러주셔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음악, 방송, 라디오 DJ, 클럽 DJ 등 하던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미운 우리 새끼’도 응원을 많이 해 주시고 ‘라디오 스타’ 방송 후에는 길에서 ‘힘내라’는 말도 들었다. 잘 헤쳐 나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악의적인 기사도 나오지만 진실을 믿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어린 편이지만 살면서 굳이 겪지 않은 일을 겪었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법정 다툼을 하면서 언론 대응이나 준비 서면, 증거를 모으는 것 등을 내가 다 하는데 앞으로 사는데 도움이 되겠지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참으면서 살았는데 불이익을 당했을때 진짜 싸워볼만 하다. 좋지 않은 일이지만 당하고만 있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슬리피를 다시 일으켜준 것은 많은 이들의 응원이었다. 슬리피는 “악플이 정말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면 선플은 사람 하나를 살린다. 그 누구보다도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보내주시는데 어떤 분은 20줄을 넘는 장문의 메시지를 써서 주신다. 답장을 다 보내려고 하는데 100분 넘게 보내드리기도 했다. 연예인 동료분들도 인스타의 내 주장이지만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댓글을 달아줬는데 한분한분 전화나 문자를 드렸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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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잠을 잘 자서 활동명조차도 ‘졸리다’는 뜻인 ‘슬리피’(Sleepy)지만 소속사와 결별 후 연말연시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했다. 아직까지 매니저를 두지 않고 자신이 섭외 전화는 물론 모든 스케줄을 스스로 운전하며 소화하고 있다. 그는 “매니저를 2월 정도에 써 볼 생각도 있는데 수입이 생기기는 했지만 불안정 하다. 음악 제작에 계속 돈을 쓰는데 방송이라는 것이 있다가 없어 불안하다”고 밝혔다.

얼마전에는 60만원에 직접 구입한 27년된 세피아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정말 그때는 돈이 없었다. 누가 300만원 짜리 중고차를 소개했는데 여력이 안됐다. 세피아도 평소에 매물이 없는 차인데 마치 운명처럼 나왔다. 중고차 시장도 아니라 카센타에 폐차를 의뢰한 게 나에게 왔다. 연말 시상식은 못 갔지만 동호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동호회 홍보담당이라 인스타를 만들고 관리하는데 얼마전에 이시언씨가 ‘나도 여기’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만족했다.

슬리피는 현재 SBS 파워FM ‘애프터클럽’을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라디오 DJ로도 활약 중이고, 클럽 DJ로서도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라디오와 DJ 모두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굉장히 행복하다. 라디오도 언젠가는 데일리DJ를 꿈꾸면서 하고 있다. 클럽에서도 DJ를 하는데 요즘 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트렌드를 알고 음악공부도 엄청된다.”

다만, 현재 분쟁 중인 TS엔터테인먼트는 슬리피가 방송 등 눈에 띄는 활동을 할 때마다 기존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내가 왜 이 싸움을 혼자서 해야 하는지 하다가도 그거 보고 살고 있고 쓰러지고 싶은데 힘내고 있다. 응원해 주시는 것과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버티고 있다.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힘을 주었다.

슬리피는 음악으로도 자신의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분쟁(紛爭)’으로 소속사와의 다툼을 알렸고 1인기획사 설립 후에는 ‘imFINE’과 ‘정의구현 (正義具現)’을 공개하며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가 겪고 있는 메시지를 쓸 수 밖에 없다. 상황이 변화면 바뀔텐데 준비는 많이 하고 있다. 혼자서 하는게 행복하다. 분쟁의 경우에는 수익이 34만원 정도 나왔다(웃음). 최근에는 ‘정의구현’ 뮤직비디오도 찍기도 했는데 음악 하는 것이 제일 재밌다. 1월말과 2월말에 각각 싱글을 내고 올해는 정규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비트는 이미 5~6개 정도 나왔다. 1월말 싱글은 타이틀이 ‘CEO’인데 바이브가 밝아지고 있다. 방송은 많이 불려 다니기도 했는데 오래 안간다. 다시 풍문 아저씨가 되는데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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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사건과 시간이 지나며 슬리피에게는 희망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도 생기게 됐다. 그는 “가끔 겁이 난다”면서도 “노래에도 썼듯이 자신은 없는데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믿고 같다”고 강조했다. 또 “너무 감사하고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돈이라도 기부를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퓨리 판매용 후리스 말고 몇개를 만들었다. MD처럼 따뜻하게 입으시라고 90장을 뽑아서 5~60장을 무료로 드리려고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2020년, 슬리피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작년을 짚어보면 소송밖에 안했데 올해도 소송이 이어져서 사실 ‘승소’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보다 작년보다 더 행복 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크게 목표로 잡고 그런 것은 없다. 방송도 들어오면 다 감사하게 한다. 날짜가 안맞지 않는 이상은 최선을 다려하고 한다. 특별한 것은 없고 버텨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다. 올 한해도 버텨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너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정말 생각보다 많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가 크다. 항상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내 음악을 듣고 희망을 얻길 바라는 가사도 지속적으로 썼고 정말 보답하고 싶다. 더 멋진 말은 생각이 안난다”며 다시금 고마움을 강조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슬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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