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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 안치홍, 전준우(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준척급 집토끼 프리에이전트(FA) 협상에 ‘포지션 변경’이 변수로 등장했다.

FA 가격은 선수의 미래 가치에 기반해 산정된다. 선수들의 후한 기준과 구단들의 박한 평가를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협상의 주요 과제다. 이번 비시즌 대어급으로 분류됐던 내야수 김선빈(31), 안치홍(30)과 외야수 전준우(34)는 원소속구단을 상대로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셋 만큼은 올해 안에 어렵지 않게 결론을 도출하리라던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무적 신분으로 새해를 맞이한 상태다.

길어지는 협상 배경에 ‘포지션 변경’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젊은 야수 육성으로 리빌딩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KIA는 그간 팀에서 내내 유격수로 뛰어온 김선빈을 2루수로, 기존 2루를 지켰던 안치홍을 1루수로 이동시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선빈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안치홍을 타격에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우승 경험까지 함께 쌓은 주전 키스톤 콤비의 희망은 구단과 엇갈린다. 점점 운용의 폭이 좁아지는 와중에서도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는 이유다.

조계현 KIA 단장은 “운영 담당자가 에이전트와 꾸준히 교감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만났고, 이제 액수 얘기를 해야 한다.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하더라. 느낌은 괜찮다”면서도 포지션 논란에 대해서는 ‘현장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계약이 오가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성급히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 윌리엄스 감독도 첫 시즌이라 직접 선수들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코치진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며 “무작정 포지션을 옮기라고 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게 맞다. 두 선수도 원하는 바가 있으니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면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입장도 비슷하다. 전준우는 프로 입단 후 거의 외야수로 출전했지만, 대학 시절까지 내야수로 뛰었고 현재 에이전트인 양승호 대표가 롯데 사령탑을 맡았던 2011시즌에는 3루수 출전기록도 있다. 롯데는 땅볼 처리가 낯설지 않은 전준우가 1루수의 주인이 돼주길 바란다. 그러나 전준우는 외야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받고자 한다. 다만 이젠 사실상 잔류 밖에 선택지가 없는 시점, 말 한 마디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롯데는 이슈몰이를 최대한 피하고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FA 관련 일절 언급을 삼갈 정도로 예민하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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