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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선아. 제공|신시컴퍼니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신시컴퍼니 뮤지컬 ‘아이다’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까지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2005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래 14년동안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아이다’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이 마무리된다.

뮤지컬 ‘아이다’는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 죄로 땅 속에 산채로 묻혀 죽음을 맞는다.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을 지켜본 라다메스 장군의 약혼녀 암네리스는 극을 시작해 이끌어가는 구실을 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이다가 찢어지는 아픔을 겪은 후에는 두 사람을 용서한다. “암네리스 공주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무대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배우 정선아를 만났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마지막 무대다.

뮤지컬 ‘아이다’는 배우로서는 물론 인간 정선아에게도 너무 고마운 작품이다. ‘아이다’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렇기에 매회 공연이 소중하다. 이 작품에 대한 감사함과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고마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이 마지막 ‘아이다’라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 장면은 봐도 봐도 감탄하게 된다.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My Strongest Suit) 노래 하나로 정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동안 많은 후배들이 제가 부른 그 노래 영상을 보면서 오디션을 준비했다고 한다.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인데 그 노래 자체가 정선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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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선아. 제공|신시컴퍼니

-처음에는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그랬다. 그런데 지인께서 “네 안에 귀여운 면이 있다”면서 암네리스를 권했다. 암네리스를 하면서 관객에게 귀여움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자신감을 얻었다. 암네리스는 싱그럽고 귀엽고 철없는 여자다. 노예 아이다와 친구가 돼 마음을 터놓지만 자신이 평생 사랑한 남자 라다메스가 아이다와 사랑하게 된 것에 충격을 받고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 인물이다. 이 여자가 어떻게 이집트 여왕으로 승화하는지 관객에게 보여준다. 워낙 대본이 좋기 때문에 암네리스는 그대로 옷을 입기만 하면 된다.

-세번째 무대에서 달라진 점은 무얼까.

마지막 무대라고 하니 책임감이 커졌고 무엇보다 노래, 연기, 춤 등 모든 것을 더 멋지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른 중반을 지나고 있는데 나이가 주는 연륜이 캐릭터를 달리 해석하게 해주는 면도 있다. 전에는 킬링 넘버인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를 정말 열심히 했다면 이번에는 암네리스가 배신당하고 상처받지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신에 마음이 간다. 사랑으로 인해 아파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 신에서 관객분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실제 정선아는 어떨까.

나 역시도 바보다. 정말 좋아하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암네리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아량으로 두 사람을 함께 생매장한다. 그 말을 뱉으면서도 슬퍼서 뒤에서 운다. 실제로도 무대에서 뒤돌아 서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펑펑 난다.

-앙상블과의 호흡도 환상적이다.

‘아이다’는 ‘갓상블’이라고 한다. 매 시즌마다 앙상블이 최고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배우로서 내가 무대위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냥 단순히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하는 마음이 크다. 이렇게 멋진 앙상블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라다메스 김우형, 최재림 배우와 호흡은 어떤가.

김우형씨는 눈을 감아도 눈 뜬 것처럼 잘 통한다. 오빠도 ‘아이다’가 세번째다. 오빠는 와일드하고 씩씩한 편인데 인터뷰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봤다. 이 공연을 하면서 더 달콤해졌다. 오빠와 연기하면 더 소녀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재림씨는 그동안 작품을 보면서 팬이 됐다. 캐릭터를 너무 잘 살리는 배우다. 이 분이 어떤 라다메스가 될까 궁금했는데 최고의 노래를 들려준다. ‘포춘 페이버스 더 브레이브’(Fortune favor the brave)는 최재림씨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같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무대 뒤에서 퇴장하지 않고 노래를 들으며 서있곤 한다. 소위 ‘귀르가즘’을 느낀다.

-아이다 역의 윤공주, 전나영 배우와는 첫 호흡이다.

공주 언니는 정말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작품을 같이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을 같이 하면서 언니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보이시하고 에너제틱한 성격인데 반대로 언니는 여성스럽다. 공주 언니가 멋진 건 자신의 성격과 달리 아이다를 무대에서 소름돋게 표현해낸다는 점이다. 함께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전나영씨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한국어 발음을 제대로 하기 위해 대본이 새까매지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노력이 무대에서 모두 보여진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마음은 없나.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 시장에 누가 되지 않게 배우로서 열심히 해나가려고 한다. 무대가 있어야 배우가 살 수 있고 관객은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 관객들과 함께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공연하고 싶다.

-끝으로 정선아에게 ‘아이다’는?

내 인생 작품이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관객이 좋은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지만 나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행복을 얻는다. 그래서 이 작품이 끝나지 않고 계속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 공연을 하는 2월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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