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롯데 성민규 단장.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새로 부임하신 사장께서 일이 먼저라면서 ‘호주 잘 다녀오라’고 하시더라.”

지난 19일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 발표를 앞두고 성민규 단장은 허문회 감독과 질롱코리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살피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를 예약해뒀다. 그런데 뜻밖에 야구단 사장 교체 소식을 접하게 돼 난처한 상황이었다. 성 단장과 허 감독은 김종인 전 사장을 중심으로 윗선이 어느 때보다 공을 들여 뽑힌 인물이다. 더구나 ‘리모델링 프로세스’를 화두로 내세우며 육성 기조에 맞는 선수단 개편과 더불어 트랙맨, 랩소드 장비 첨단화와 2군 상동구장 보수 등 번뜩이는 팀 개혁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던 터라 더욱더 그랬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조상 모기업 또는 사장이 바뀌었을 때 구단의 정책 구조와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성 단장도 주위로부터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를 접할 수밖에 없었다.

성 단장은 당시 호주행을 취소하고 부산에 남아 새 사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석환 신임 사장은 성 단장과 통화하며서 “(현재 진행 중인) 일이 우선이다. 호주에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단장은 “당연히 갑자기 사장께서 바뀌셔서 당황하긴 했다. 단장으로 업무 보고를 자세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 ‘호주에 가지 않고 남아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새 사장께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호주행을 허락했다. 종무식 이후 인사 발표가 나서 아직 새 사장과 직원 간의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건 아니지만 여전히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려고 하시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우선 내가 해온 대로 잘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새 사장께서도 롯데의 미래를 위해 오셨기 때문에 함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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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롯데 자이언츠

프로 구단의 한 시즌 성패는 현장과 프런트의 원활한 호흡에 달려 있다. 김 전 사장은 육성 기조를 내세우며 구단 개혁에 앞장선 부분은 있지만 선수단 운영 개입 등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이전 사령탑 시절에도 여러 차례 윗선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고초를 겪었다. 대체로 신임 사장이 그룹 윗선과 이해관계에 함몰돼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면서 선수단과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롯데의 현 상황도 의구심을 품는 이가 많다. 무엇보다 단장부터 감독, 주요 보직자에 유독 경력자가 아닌 초보자가 즐비하다. ‘노하우’보다 트렌드에 맞는 방식으로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봉합해야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럴수록 롯데 그룹 차원에서는 어느 때보다 야구단 내부 간섭 없이 지원과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할 부분 역시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이석환 신임 사장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정권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의혹 및 국정농단 사건 관련 증인으로 소환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책임 경영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는데 그룹 차원에서는 롯데정책본부 인사팀과 롯데지주 CSR팀장, 최근까지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치면서 소통에 능했던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이 사장은 내달 시무식을 앞두고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주요 보직자 업무를 두루 살피고 있다. 롯데 한 관계자는 “새 사장께서 크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팀이 워낙 커다란 과도기에 놓인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최대한 존중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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