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가운데)이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입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캡처 |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토론토맨’으로 거듭난 류현진(32)의 남다른 위상은 입단식부터 확연했다.

2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류현진 입단식엔 마크 샤파이로 사장을 비롯해 로스 앳킨스 단장, 찰리 몬토요 감독 등 구단 고위 관계자가 총출동했다. 특정 선수 입단식 및 기자회견 자리에 사장과 단장, 감독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드문 일이다. 여기에 등번호로 받은 ‘99’도 화제였다. 캐나다에서 99번의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그레츠키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뛰다가 1988년 LA로 트레이드된 적이 있다. 이날 동석한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캐나다가 99번을 LA에서 빌려줬었는데 이번에 류현진 캐나다로 가져왔다”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류현진은 올해 LA다저스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ML) 전체 통틀어 평균자책점 1위(2.32)를 기록하고 사이영상 최종 2위를 차지하는 등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상승 기류가 토론토 유니폼과 모자를 걸친 이 날 어김없이 드러났는데 진정으로 ML 레전드급으로 향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과거 다저스에서 맹활약한 선배 박찬호가 2001년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었지만 부상 등에 시달리며 ‘먹튀’로 내려앉은 적이 있다. 2020년 한국 나이로 서른셋이 되고 내셔널리그(NL)에서 아메리칸리그(AL)로 옮긴 류현진 역시 진정한 시험대에 섰다.

달라진 외부 환경은 가장 큰 우려 요소다. 류현진은 AL 팀을 상대로 통산 15경기에 등판해 4승4패, 평균 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통산 50승29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한 NL 지표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뉴욕 양키스와 두 차례 맞붙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71로 부진했다.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불린 류현진의 오름세가 꺾인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토론토가 속한 동부지구는 양키스와 탬파베이, 보스턴, 볼티모어 등 한 방을 지닌 팀이 몰려 있다. 양키스는 올해 평균 득점 5.81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자도 동부지구에서만 9명이나 된다. 특히 1989년에 개장한 세계 최초 개폐식 돔구장인 로저스센터는 리그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올해 홈런 파크팩터가 1.317로 류현진이 고전했던 대표적인 ‘무덤’ 콜로라도의 쿠어스필드(1.266)보다 높다.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불린 다저스타디움에 익숙한 류현진으로서는 시즌 초반 이같은 새로운 환경 변수를 얼마나 지혜롭게 극복하느냐가 연착륙의 관건이다.

여기에 어린 포수진이 즐비한 것도 심적으로 부담이다. 다저스에서도 후반기 신인 윌 스미스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긴 했지만 초반 베테랑 러셀 마틴과 짝을 이루면서 빠르게 승수를 쌓은 것과 비교하면 물음표가 매겨졌다. 류현진은 현재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자원을 고려하면 1995년생 대니 잰슨, 리즈 맥과이어와 호흡을 맞춘다. 그중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6라운드, 전체 475순위로 토론토 지명을 받은 그는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올해 107경기를 뛰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타석에서는 타율 0.207, 13홈런으로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율(31%) 등에서는 호평받았다. 맥과이어는 올해 하반기 빅리그에 콜업돼 3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299, 5홈런으로 눈길을 끌었다. 둘 다 잠재력을 지닌 포수지만 토론토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이 4.79로 30개 구단 중 21위에 머물렀다. 두 자릿수 승수 투수도 한 명도 없다. 이처럼 부정적인 지표가 산재한 가운데 류현진은 입단식에서 “뛰어난 기량을 지닌 젊은 선수가 많아서 발전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의 활약에만 머물지 않고 팀 내 유망주의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역할까지, 8000만 달러 사나이가 된 류현진의 또다른 존재가치가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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