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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마아파트의 한 부동산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1주택자와 2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하늘과 땅차이가 됐어요. 시세 20억원의 은마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을 경우 보유세가 1년에 630만원인데 두 채를 갖고 있으면 6600만원으로 10배 이상 폭증합니다. 세 부담이 커진 2주택자들은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아직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 같아요. 매수 문의도 뚝 끊겼어요.”(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초고강도 ‘12.16대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후 일주일, 6개월 째 거침없이 상승하기만 하던 부동산 시장은 일단 한풀 꺾여 관망세로 돌아섰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지역은 거래가 중단됐다. 매도자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을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느라 매물을 거뒀고, 매수자들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시장 상황을 조금 두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됐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의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거래 매물은 급격히 줄었고, 매수 문의도 끊긴 곳이 많다. 서울 내 9억원 이하의 아파트와 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풍선효과로 인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 단지들은 호가를 높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강남 지역 집주인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세금을 내더라도 보유해야 할지, 판다면 언제쯤 매물을 내놔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자산가들은 세금 걱정을 별로 안하지만 당장 매년 내야하는 세금을 마련하기 힘든 은퇴자들이나 전문직 직장인들은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세져서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 한다”며 “이들은 늘어난 세금과 관련해 세무사와 상담한 뒤 매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보인다. 정책이 바뀌었다고 곧바로 매물을 던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 내놓기도 했다. 대책 발표 전까지 호가 21억원에 달하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 114㎡ 물건은 대책 발표 이후 5000만원을 떨어트려 20억5000만원에 내놨다.

하지만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며 당분간 아파트를 쉽게 매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매수할 여력이 없어 거래절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4채씩 보유하던 집주인들이 세금 폭탄이 무서워 가격을 확 낮춰 급매물로 내놓은 물건이 있기만 그래도 20억원이 넘어 대출 없이 살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다”고 귀띔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들도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대출 금지와 세금 강화로 인해 매도자,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목동 단지들에서 주로 거래되던 전용 67㎡ 이하는 대부분 15억원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대책 이후 매도 물건도, 매수자도 찾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도 관망세가 뚜렷하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강변 일대의 고가 아파트는 물론이고 시세가 12억~13억원이던 84㎡ 매물도 거래가 안 되고 있다”며 “대책 이후 매도자는 매물을 거두고, 매수자는 추가 규제가 나올까 하는 두려움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출 규제가 적은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들은 풍선효과를 기대하며 호가를 올리기도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집주인들이 대책 이전까지 6억~7억원에 거래되던 매물들의 호가를 5000만원씩 올렸다”며 “정부가 제시한 9억원이라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단지들은 키 맞추기를 하면서 따라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매물은 내년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라며 “내년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공개되면 보유세 부담이 직접 피부에 와 닿아 시세보다 가격을 급격히 낮춰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이 10년 이상 보유주택으로 한정돼 의외로 급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거나 자녀에 증여하는 등 다른 방안으로 세 부담을 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강남권은 더욱 가격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안전판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출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매도 물량이 늘어 가격 조정을 받기 쉽다”며 “그런데 강남은 아예 대출 없이 실수요자들이 들어가 탄탄한 성을 쌓았으니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신경 쓸 이유도, 팔 이유도 없어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우량 지역으로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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