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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입단식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광현 | 세인트루이스 공식 트위터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새로운 빅리거가 탄생했다.

김광현(31)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4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 탄생을 알렸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 보장, 최대 1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겨울 오승환·김현수·박병호가 나란히 빅리그 유니폼을 입은 후 다시 KBO리그 특급선수의 ML(메이저리그) 진출이 성사됐다.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행에는 빅리그 특급 선발투수 류현진을 비롯해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삼성), 그리고 동갑내기 팀 동료였던 메릴 켈리(애리조나) 활약이 작용했다. 당초 세인트루이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앞서 FA(프리에이전트) 선발투수 류현진 영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류현진을 두고 4~5팀이 치열하게 영입경쟁을 벌이면서 류현진의 몸값도 치솟았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류현진 영입경쟁에서 발을 빼고 김광현을 노렸다.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에 대한 자료를 두둑히 확보한 상태였다.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지역언론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꾸준히 김광현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해왔다”며 애초에 김광현을 영입 후보군에 넣었음을 밝혔다. 김광현도 ML 진출에 앞서 오승환에게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던 경험에 대해 문의했다.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는 “김광현이 지난 가을 오승환에게 세인트루이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오승환은 김광현에게 세인트루이스 구단의 장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켈리의 활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모젤리악 사장은 “김광현이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고 KBO리그에서 ML로 온 다른 선수들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됐다”며 켈리가 올해 ML에서 보여준 모습이 김광현 평가에 바로미터로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겨울 켈리가 애리조나와 맺은 2년 550만 달러 보장 계약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김광현에게 안겼다.

김광현은 약 두 달 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선발진 경쟁에 임한다.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전원이 우완인 가운데 잭 플래허티, 마일스 미콜라스, 다코타 허드슨까지 상위 선발라인은 확정된 상태다. 올해 선발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향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몸상태에 따라 선발진 네 자리까지도 확정될 수 있다. 어쨌든 김광현은 플로리다 시범경기에서 선발진 진입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드문 좌완 선발자원인 만큼 이미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메릴 켈리
SK 켈리가 2018년 10월 9일 SK와이번스와 삼성라이온즈 경기 3회초 삼성 8번 김성훈의 땅볼을 잡아 1루로 던지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김광현이 선발진에 안착할 경우 13승을 올린 켈리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김광현과 켈리는 한국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구장 같은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에서 김광현은 3.27, 켈리는 3.86을 기록했다. 켈리가 KBO리그에서 뛴 2015년부터 2018년 4년으로 기준을 잡아도 김광현은 평균자책점 3.54(2017시즌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재활)로 켈리보다 근소하게 앞선다. 김광현이 켈리보다 높은 몸값을 기록한 데에는 좌완 이점 외에 이러한 기록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애리조나의 전력을 비교해도 김광현이 켈리보다 유리하다. 올해 세인트루이스는 91승 71패를 기록하며 지구우승을 달성했다. 애리조나는 85승 77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스타 포수 야디어 몰리나를 비롯해 1루수 폴 골드슈미트, 2루수 콜튼 웡, 유격수 폴 데용 등 내야진이 막강하다. 홈인 부시 스타디움이 투수친화형 구장인 점도 김광현에게는 호재다. 빅리그 첫 해 켈리보다 뛰어난 개인성적과 함께 아직 켈리가 밟지 못한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노릴 수 있는 김광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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