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
밀워키에 입단한 린드블럼. 제공 | 밀워키 SNS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앞으로 KBO리그에서 ‘장수외인’을 보는 게 더 어려워질까.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ML) 역수출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빅리그 재입성 후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 해준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KBO리그 산(産)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해외 리그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역수출 신화의 시작은 에릭 테임즈다. 지난 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NC 소속으로 뛰며 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을 달성하는 등 KBO리그를 평정한 테임즈는 2016시즌 이후 밀워키와 입단 계약을 맺고 ML 무대에 재입성했다. 밀워키에서 3시즌을 뛴 테임즈는 총 72개의 홈런포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특급 활약은 아니지만 자신의 기량이 ML에서도 통한다는 것은 입증했다.

테임즈가 개척한 ‘역수출 로드’의 다음 주자는 메릴 켈리다. SK에서 총 4시즌을 뛰면서 에이스로 군림했던 켈리는 2018시즌 종료 후 애리조나와 계약기간 2년, 총액 55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켈리는 올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며 애리조나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켰다.

켈리의 연착륙은 KBO리그 특급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ML 구단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조쉬 린드블럼이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올해 20승을 따내며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끈 린드블럼은 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최고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역시 ML 도전을 천명한 린드블럼은 최근 밀워키와 계약을 맺고 ‘역수출 성공 신화’를 쓰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처럼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ML 구단의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고 역수출 사례가 이어지면서 KBO 구단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소속 외국인 선수가 당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 곧장 해외 리그에서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작은 KBO 구단이 자금력에서 ML를 앞설 순 없다. 또 KBO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외국인 선수들도 장기적으로 빅리그 재입성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꿈을 무시할 수도 없다. 구단 입장에선 ‘잘해도 고민’인 것이다. ML 진출 꿈을 목표로 삼은 브룩스 레일리도 5시즌 동안 뛴 롯데와 작별을 고했다. ML 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 구단의 지속적인 관심도 외국인 선수를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SK에서 뛴 앙헬 산체스와 키움에서 뛴 제리 샌즈는 시즌 종료 후 각각 일본프로야구의 요미우리와 한신으로 이적했다.

KBO리그의 매력이 올라가며 한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아졌고, 수준도 높아졌지만 이들은 궁극적으로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꿈에 그리던 빅리그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KBO리그에 입성한 대다수의 외국인 선수들의 생각이 그렇다. KBO리그가 더 큰 무대를 향한 발판이 되면서 앞으로 장수외인을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2020시즌에는 KBO리그에서 5년 이상 활약한 선수가 전무하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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