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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좌완투수 김광현(31)의 메이저리그(ML) 진출 ‘꿈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영입전에 가세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세인트루이스와의 협상을 위해 17일 오후(한국시간) 미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37·삼성)이 뛰던 팀이다.
이날 김광현 측 관계자는 “스토브리그에서 선발투수 보강에 집중하는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메디컬테스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현지 시간으로 16일 자정이 다 돼서야 현지에 도착, 다음 날 세인트루이스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미국 현지에서는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의 만남이 보도되진 않았다. 세인트루이스가 극비리에 김광현과 접촉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광현을 두고 5년 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낙찰됐다가 연봉 협상에서 어긋난 적이 있는 샌디에이고와 시카고 컵스가 영입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김광현에게 다가섰고 이미 김광현 몸 상태에 관한 서류 검토를 끝냈다. 메디컬테스트 통과에도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 입단은 99%로 매우 유력하다. 실질적으로 협상에 나서려는 팀으로는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는 ML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회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현재 잭 플래허티~마일스 마이컬러스~다코타 허드슨 등 막강 1~3선발을 뒷받침할 만한 로테이션 멤버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클 와카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뉴욕 메츠로 떠났고 애덤 웨인라이트는 불펜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돼 김광현으로서는 기회를 잡을 만한 조건이다. 특히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2016년 삼성에서 뛴 오승환을 영입한 적이 있다. 당시 1+1년 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오승환은 입단 첫 시즌에 팀의 마무리로 승격하는 등 6승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7년 1승6패, 20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지만 오승환이 향후 토론토~콜로라도를 거치는 등 ML에서 활약하는 데 뼈대가 된 팀이다. 세인트루이스로서는 김광현이 오승환과 다른 유형의 투수이긴 하나 ‘한국산’ 투수의 재미를 본 만큼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ML 구단이 대체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계약을 서두르려는 관습을 고려할 때 김광현 역시 이르면 이번 주에 구체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김광현의 포스팅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6일이다.
김광현이 ML행에 근접하면서 몸값 역시 관심사다. 지난 2014년 샌디에이고는 포스팅 금액 중 최고액인 200만 달러를 적어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그러나 연봉 협상에서 연평균 100만 달러 규모의 헐값을 제시했다가 김광현에게 ‘퇴짜’를 맞았다. 우선 현재 포스팅은 최고액을 써낸 구단과 협상이 아니라 선수가 30개 구단과 협상을 벌여 선택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구단이 포스팅 금액을 따로 내지 않아도 돼 이적료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김광현으로서는 이전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리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예상 몸값으로는 사례 비교와 현실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뉜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 2012년 김광현과 같은 31세 나이에 시애틀과 계약한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 사례를 언급하면서 1년 보장 금액 150만 달러(17억원)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와쿠마는 150만 달러에 선발 마운드에 오를 때 투구 이닝 인센티브를 곁들여 340만 달러를 받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해 불펜 보직으로 시작한 뒤 선발로 올라선 케이스인데 김광현이 비슷한 절차를 따를 수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지난해까지 SK에서 뛰다가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은 메릴 켈리다. 김광현과 동갑내기인 그는 애리조나와 2년 550만 달러(64억원)에 계약했다. 올해 애리조나 선발진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둘 다 세인트루이스가 찾는 가성비 좋은 투수에 해당한다. 최근 FA 40위권 투수의 연평균 계약 규모는 500만 달러(58억원)를 넘지 않은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세인트루이스에 국한해서 들여다보면 보직은 다르지만 과거 오승환의 계약 조건도 들여다볼 만하다. 오승환은 2016년 계약 당시 1+1년 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인센티브가 5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협상 테이블에서 김광현이 참고할 부분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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