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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SEA게임 남자축구 결승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베트남에서 기적 같은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박항서(60) 감독이 국내에서와 달리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베트남 축구를 이끄는 박 감독은 2017년 10월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실패를 모르고 성공만 거듭하고 있다. 그의 성공을 두고 ‘박항서 매직’이라고 부른다. ‘매직’의 시작은 2018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눈 내리는 경기장에서 반짝 성공을 거둔, 잊혀진 지도자의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일구면서 성공 신화를 작성했다. 지난해 그가 베트남 축구를 확 바꿔놓으면서 베트남 축구팬의 시선까지 바꿔놨다. 성인대표팀에 관심도 없던 축구팬이 베트남 축구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박 감독은 이후에도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과 얼마 전 2019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을 거머쥐면서 동남아 최고 명장으로 우뚝 섰다.

박 감독은 국내에서 실패한 지도자로 여겨졌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곁에서 수석코치로 보좌했던 박 감독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 나선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동메달 수확 후 선임 석달 만에 경질됐다. 경남 초대 감독을 역임하며 창단 돌풍을 일으켰던 박 감독은 전남과 상주를 거치면서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고 2016년부터는 실업 축구인 창원 시청에서 지도자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현재 그의 모습과 달리 축구계를 겉도는, 그리고 내리막길을 걷는 지도자였다.

베트남 땅을 밟은 박 감독은 180도 바뀐 성공을 이뤄냈다. 국내와 완전히 다른 환경 덕분에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앞서 박 감독은 “베트남에 오니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성공 이유를 밝힌 적 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최측근은 “국내에 있을 때는 온갖 잡음이 많았다. 축구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 없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마음의 병도 있었다”며 “하지만 베트남에 오니 주변에서 들리는 잡음도 없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마음이 평온해지니 선수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지도자를 옥죄는 환경이 너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프로 지도자들만 봐도 감독직이 녹록찮은 자리인 것을 알 수 있다. 한 지도자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경기 전날에는 한숨도 못 자고 지도할 때도 있다”라며 심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지도자를 옥죄는 것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결국 곳곳에서 들리는 잡음이 지도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실패 없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엔 평온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듬고 지도한 것도 한 몫 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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