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이 5개월만에 세상밖으로 나왔다.

5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성폭행·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에 대한 판결 선고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강지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3년 집행유예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등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두 건의 공소사실에 대해 한 건은 자백하고 있고 한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에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보면 해당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있는 상태로 항거가 가능한 상태였다면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에 대해 즉각 대응했다고 보이고, 피해자가 대응하지 못하다가 피고인 추행 후에야 침대에서 내려온걸 보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에 들었다고 보는게 옳다”며 강지환의 무죄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지환이 자백한 부분에 대해서도 보강 증거가 충분하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진 판결선고에서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의 피해가 온전히 회복된다고 보긴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피고인은 합의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쳐선 안되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기를 생을 다할 때까지 참회하는게 맞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주변 사람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려웠던 무명시절을 거쳤고 나름 성실하게 노력해왔다고 글을 적어냈다. 그 내용들이 진실이기를 바라고,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다짐들이 진심이기를 기대한다”며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여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는 거다. 그걸 잊지말고 노력해서 보다 밝은 삶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양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강지환의 선고를 보기 위해 모인 취재진들과 그의 팬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강지환의 모습을 재판장에 있던 팬들은 훌쩍이기 시작했다. 반면 강지환은 재판 내내 덤덤한 표정으로 임했다.

실형을 면한 강지환은 수의를 갈아입고 곧바로 개인 차량에 올라탔다.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들의 질문과 플랜카드를 들고 그의 석방을 축하하러온 팬들에게 강지환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갔다.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두 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 하고 다른 한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지환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당초 입장을 번복, 지난 3차 공판에서 피해자 1명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에 대해 “심신상실 진술에 의심이 간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강지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성폭력 범죄에서 강지환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면서 결국 그는 5개월 만에 석방하게 됐다.

강지환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사실상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혐의로 인해 출연 중이던 TV조선 ‘조선생존기’에서 하차했으며,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에서도 계약 해지됐다.

그럼에도 대중이 강지환의 선고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하는건 그만큼 용납하기 어려운 성범죄라는 무거운 죄질에 대한 방증이자 연예인으로서 보여줬던 배우 강지환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도 이를 우려한 듯 보였다. 이날 판결선고문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기를 생을 다할 때까지 참회하라”고 당부했고, 마지막까지 “여성이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지환의 잘못된 성의식을 개선하고 반성하기를 주문했다.

강지환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용서되지 않는다”며 용서를 구했다. 앞서 재판에서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며 흘렸던 눈물 또한 공개됐다. TV 그리고 스크린이 아닌 재판부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이것이 죄의 무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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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