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구하라 차인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아픔을 고백하고 이를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그야말로 비통함으로 가득한 한해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연예계는 웃지 못했다. 활짝 피어나지 못한 채 스러져버린 별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별이 졌다.

신인배우 차인하(본명 이재호)가 지난 3일 사망했다. 향년 27세. 경찰에 따르면 차인하는 이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매니저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달 소속사 공식 SNS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2019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차인하를 많이 검색해달라. 관심 가져주시면 매번 새로운 모습을 찾으실 수 있을 거 같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충격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최근에는 MBC 수목극 ‘하자있는 인간들’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해 관심을 모았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유작이 됐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리와 구하라가 그랬듯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차인하의 비보에 연예계는 충격에 빠졌다.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28)는 지난달 24일 세상을 등졌다. 절친한 친구 설리(본명 최진리·25)가 별이 된 지 41일 만이었다.

차인하의 죽음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앞서 설리, 구하라에 이어 연예계에 또 다시 찾아온 비보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극단적 선택 보도 이후 자살이 늘어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자살예방센터 신은정 부센터장은 “우리나라 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만3000명 정도 되는데, 자살시도자는 최대 10배까지로 보는 걸로 비춰볼 때 굉장히 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위험 속에 있다”고 운을 떼며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은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겐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은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또 워낙 기사 등으로 노출 빈도가 많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은 직업 특성상 다수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고 특히 설리와 구하라처럼 10대 시절부터 성장의 과정을 지켜봐 온 경우 직접적인 친분이 있지 않아도 지인의 죽음처럼 느껴질 수 있다. 차인하 역시 2017년 데뷔 이후 쉼없이 활동해 온데다 사망 전날까지도 SNS로 소통했기에 팬들이 느낄 그의 부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

이런 연예인의 경우 언론의 보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신 부센터장은 강조했다. 신 부센터장은 “실제 언론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대중이 언론을 통해 받는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설리의 경우처럼 댓글 하나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데, 공공성이 있는 기사나 보도의 영향력은 댓글 하나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책임감 있는 언론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최근 스타들의 잇따른 비보가 이어지며 파파게노 효과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살 관련된 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히 보도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파파게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신 부센터장은 사망한 연예인의 매니저나 지인들에 대한 ‘돌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망한 연예인의 가장 가까운 매니저나 지인들이 받는 충격이 상당하지만 이들에 대한 돌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통 이들이 사고현장에서 사체를 초기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들을 연예인을 곁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죄인처럼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끝으로 신 부센터장은 최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한 가수 현아와 강다니엘을 언급하며 “현아와 강다니엘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 자신이 겪는 힘듦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건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악플과 같은 공격에 민감할 수 있다고 알리는 움직임들이 생겼다는 건 좋은 신호다. 다만 이들이 이런 도움을 요청할 때 여론이 비난이 아닌 응원으로 이들을 수용해주는 움직임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이, 판타지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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