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혼자 밥 먹을 일이 많은 기자는 편의점에서 허기를 채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편의점은 기자와 같은 ‘혼밥족’이 부담없이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식당인 셈입니다. ‘권오철의 편삼세’는 권 기자가 편의점에서 경험한 삼시 세끼를 줄여 이름을 붙인 코너로, 편의점 식당에서 판매 중인 음식들에 대한 체험기입니다. 각 제품에 대한 맛 평가 등 기자 개인의 견해가 포함돼 있음을 밝힙니다.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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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편스토랑 마장면(麻醬麵)’. 사진 | 권오철 기자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대한민국은 또 다시 이경규발(發) 맛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개그맨 이경규는 2011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닭육수를 이용한 라면으로 호평을 받은 이후 식품업체 팔도와 손잡고 ‘꼬꼬면’을 출시, 168일 만에 1억 개를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소개한 제품은 ‘편스토랑 마장면(麻醬麵)’. KBS2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는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6명의 연예인들이 자신만이 알고 있던 비밀 레시피를 공개하고 이 중 메뉴 평가단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 최종 메뉴를 편의점 CU의 전국 매장에서 실제 출시하는 신개념 서바이벌 음식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첫 번째 최종 메뉴로 선정된 메뉴가 마장면이다. 지난달 15일 방송에서 출연진들이 ‘우리쌀’을 주제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신상 메뉴를 내놓은 가운데, 이경규는 마장면으로 정일우의 마라샹권 밥만두를 제치고 극적으로 1위에 올랐다. CU는 방송 다음 날 오전부터 ‘편스토랑 마장면’을 판매해 출시 첫 날 5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이는 간편식품 카테고리 내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이다. 이 같은 판매량은 꾸준하게 지속돼 출시 열흘 만에 50만 개가 판매됐다.

중화풍 비빔면인 마장면은 동파육과 수란, 마장소스, 목이버섯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마장(麻醬)은 지마장(芝麻醬)의 줄임말이다. 지마는 우리말로 참깨를 뜻하며, 지마장은 참깨와 기름을 섞어 만든 ‘깨장’이다. 여기에 땅콩가루나 땅콩버터를 넣기도 해서 국내에선 흔히 땅콩소스로 알려졌다. 이경규는 대만 유명 식당의 레시피를 직접 배워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재해석했다. 100% 우리쌀로 만든 넓은 면발을 참깨·땅콩으로 맛을 낸 특제 소스와 채 썬 오이를 함께 비벼먹는 간단식 면요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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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스토랑 마장면’의 넓직한 면을 땅콩소스에 비빈 모습. 사진 | 권오철 기자

1일, 기자가 직접 마장면을 먹기 위해 찾은 CU 매장의 알바생은 공교롭게도 마장면 마니아였다. 여러 방식으로 마장면을 먹어봤다는 그는 “마장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면부터 전자레인지로 데운 후 소스를 부어 다시 데워라”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기자는 그 가르침 대로, 마장면을 개봉 후 면만 전자레인지에 넣어 40초를 데운 후 소스를 부어 40초를 더 데웠다. 따끈따끈한 마장면 완성. 마장면의 면을 자로 재어보니 너비가 1.2cm로 일반 칼국수면보다 좀 더 넓어 보였다. 해당 면은 ‘한면’이란 쌀국수 업체에서 생산했다. 박석린 한면 대표는 “한우, 한돈처럼 우리국수를 대표하는 의미로 한면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시중의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쌀국수는 모두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하는데, 마장면에 들어가는 면은 농촌진흥청이 품종 개발한 국수전용 우리쌀로 만든 쌀국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과연 맛은 어떨까. 본격적으로 황토색 소스를 면에 비볐다. 고기나 감자, 호박 등 면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더기는 없었다. 유일한 건더기는 오이 조각들. 결론적으로 맛에 대해 말하면, 일찍이 먹어본 적 없던 새로운 맛이었다. 처음엔 고소한 땅콩향과 달콤함이 강했고, 나중엔 매콤함이 혀를 감쌌다. ‘3200원을 주고 경험할 수 있는 신세계라는 측면에서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과연 짜장면처럼 이따금씩 떠올리며 지속적으로 찾게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면의 쫄깃함 관련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표는 “우리 면은 익힌 상태에서 제조 공장로 보내지는데, 공장에서 1분30초 정도 더 익히는 걸로 안다”며 “그렇게 익히지 말고, 살짝 데쳤으면 면이 더 쫄깃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마장면에 대한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제품의 개발과 경연 과정을 지켜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 사이 전국 점포에 구매 수요가 폭주했다”며 “특히, 방송에 나온 음식을 다음 날 바로 편의점에서 구매해서 먹어 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경규의 마장면 외에도 앞으로 편스토랑을 통해 출시될 상품들의 수익금은 결식아동 지원 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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