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또 하나의 별이 졌다.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지난 24일 갑작스럽에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28세.

샤이니 종현부터 에프엑스 출신 설리(본명 최진리·25) 그리고 구하라까지. K팝 상승가도 속에서 아이돌그룹으로 정상의 지위를 누렸던 이들의 연이은 비보는 화려한 연예산업 이면에 아이돌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구하라는 지난 24일 오후 6시 9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14일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故설리에게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말했던 그이지만 이젠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12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설리와 만 17세에 한류스타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구하라.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대중의 관심 대상이었다. 사랑도 비난도 모두 견뎌야했던 두 사람이지만 항상 팬들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그 슬픔은 배가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우울증을 앓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부터 설리와 구하라까지 아이돌의 극단적인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극한 경쟁의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거치고 이름을 알린 스타들의 연이은 비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스타로 유명해지기까지 힘든 시간뿐 아니라, 이름을 알린 이후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악성 댓글 등 불특정 다수의 평가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아이돌 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앞서 故종현의 비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빛나는 스타가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종현 설리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한류를 주도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의 그늘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톱스타 자리에 오른 수많은 아이돌들이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의 특수성과 성격적 특성을 잘 아는 전문 심리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아 평론가는 “연습생 생활부터 데뷔까지, 아이돌 육성 구조 자체가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폐쇄적 구조 속에 있어서 이를 잘 이해 하는 심리상담사나 신경정신의학과 의사가 필요하다”며 “요즘 기획사들이 병원과 연계해서 심리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속의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의사 역시 대중앞에 노출된다는 아이돌 직업의 특수성에 대해 깊이 알기 어렵다 보니 약처방 이외에는 심도깊은 상담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하라까지 연이은 비보로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란 직군이 심리적으로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면 이젠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희아 평론가는 “기획사 차원에서 문제를 인지하는게 먼저고, 그 다음에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기획사마다 전문 심리상담사를 한 명씩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스타 자리에 오른 아이돌의 경우만 문제가 아니라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이들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돌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와 비례해서 이들의 자살 위험도도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구하라, 종현, 설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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