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경문 감독 \'죄송합니다\'
야구 프리미어12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분위기가 애매하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한·일전 패배’ 여파로 웃음기 하나 없는 싸늘한 귀국장이 돼 버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져 준우승을 거둔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호’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귀국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현장에서 곧바로 해산했다.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인천까지 2시간여 짧은 비행 시간이나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 장거리 비행을 한 듯 매우 피로해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대만과 호주를 따돌리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위 팀에 주어지는 내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슈퍼라운드 대만전에서 0-7 완패하고 일본에 8-10 패배, 그리고 결승에서 리턴 매치를 벌인 일본을 상대로 3-5 역전패하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12년 만에 도쿄 땅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거듭난 야구 2연패를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성과보다 과제를 더 새긴 대회였다.

이날 수많은 취재진은 물론 100여 명이 넘는 팬이 게이트 앞에 대기했지만 정작 선수단이 등장했을 때 환호나 박수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선수단이 게이트를 빠져 나온 시각은 오후 4시45분께. 1시간여를 앞두고 대표팀을 마중나온 KBO 관계자는 심란한 표정으로 일부 취재진에게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단체 인사를 해도 되는 분위기냐”, “1차 목표인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했지만 꽃다발을 전달하는 것도 다소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실제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선수들은 조용히 일렬로 서 인사만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솔로포 등 대회에서 비교적 좋은 활약을 펼친 주장 김현수와 황재균 등 일부 선수가 애써 미소를 보이려고 했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일본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나 장타 하나 없이 1할대 타율로 침묵한 4번 타자 박병호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들은 짐을 끌고 공항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포토] 황재균과 작별 인사하는 박병호
야구 프리미어12 대표팀 박병호가 황재균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포토] 단체촬영하는 프리미어12 대표팀

김 감독은 “많은 국민이 성원해주셨는데 죄송하다. 도쿄올림픽에서 만회하겠다”며 “성과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중심타선이 터져주지 않은 게 가장 아쉽다. 내년 8월까지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엔트리 변화’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회가 막 끝났다. 올림픽에선 엔트리가 24명으로 줄어든다. 코치진이 더 경기를 많이 보고 선수 선발에 신경쓰겠다. 우승을 못했지만 젊은 선수의 활약은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긴장은 하지 않았지만 먼저 나간 선수들이 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에) 졌으니 어떤 말도 핑계일 뿐이다. 준비를 잘 하고 원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에는 되갚아주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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