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제공 I 삼성전자

[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처음으로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은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도 우리를 제외했었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스텔라케미파가 신청한 한국으로의 액체 불화수소 수출 허가 요청을 받아들였다. 스텔라케미파는 글로벌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업체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시행된 3분기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허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등이 지난 7월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주문한 물량 중 서류보완을 이유로 반려된 일부 물량에 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수출 신청에 대한 심사 과정이 원칙적으로 90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분쟁 과정을 앞두고 자신들은 ‘이유 없는 수출 규제’를 취하지 않았다는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이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더 이상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수출 허가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일본의 이 같은 수출 허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반도체 소재 부품의 국산화는 물론 수입국 다변화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체 불화수소에 이어 액체 불화수소까지 수출이 허가된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수출 규제가 언제 완전히 풀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국 다변화와 국산화 작업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도체 소재 부품의 완벽한 국산화에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해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WTO 분쟁과 지소미아 등 여러 실익을 따져 수출 승인을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완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산화에 더욱 속도를 붙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11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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