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
중국 쑨양이 2018년 8월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수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중국 수영 간판 쑨양(28)이 강제 은퇴하게 될까. 향방은 공개 재판에서 갈린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몽트뢰에 위치한 페어몬트 르 몽트뢰 팰리스 콘퍼런스센터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쑨양과 국제수영연맹(FINA)을 제소한 사안에 대한 심리를 공개 진행한다. 기존 9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 재판은 관련 당사자 중 한쪽의 요청으로 연기돼 이달로 재배정됐다. 쑨양이 이례적으로 공개 심리를 요청했고, WADA와 FINA가 모두 이를 받아들이면서 CAS 창설 이래 두 번째 공개 재판이 성사됐다. 국제 스포츠계 분쟁 조정 기구로 198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창설됐던 CAS는 1999년 아일랜드 수영선수 미첼 스미스 데 브루인 재판을 외부 공개한 이래 한 번도 공개 심리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

쑨양의 도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5년 전이다. 2014년 중국수영선수권에 출전해 도핑테스트를 받았는데, 여기서 혈관 확장제 성분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쑨양은 자신이 원래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먹던 약이었기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항변했고, 중국반도핑기구(CHINADA)가 검사 결과를 바로 발표하지 않은 데다가 ‘3개월 출전 정지’라는 경미한 처벌을 내리면서 쑨양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수 있었다. WADA도 당시에는 쑨양의 상당성을 인정해 CAS에 재소하지 않았다.

진짜 문제가 된 건 2018년 검사 회피 파문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이 자택을 방문해 혈액을 직접 채취했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쑨양 측이 샘플을 망치로 깨버렸다는 사실이 올해 1월 영국 ‘선데이 타임즈’를 통해 밝혀졌다. FINA는 쑨양에게 경고 조치로 사안을 마무리했으나 WADA가 반발해 지난 3월 CAS에 둘을 한꺼번에 제소했다.

그사이 참가한 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쑨양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자유형 400m 4연패, 대회 2관왕 등 건재한 성적표를 과시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동료들이 그와 함께 포디움에 서는 것을 거부했다. 맥 호튼(호주)과 던컨 스콧(영국)은 한 프레임 안에서 사진 찍히는 것도 거부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고, 쑨양은 이에 분개하며 메달 세리머니 도중 삿대질을 하는 등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FINA는 대회 중간에 ‘메달 세리머니,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를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수 행동 규범 조항을 추가했지만, 주앙 드 루카(브라질)가 수영장에서 쑨양의 악수를 뿌리치는 등 ‘쑨양 패싱’을 이어가며 논란을 재점화했다.

CAS가 지난 1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WADA가 도핑 검사용 샘플 제출을 거부한 쑨양에게 요청한 자격정지 기간은 최소 2년에서 최대 8년이다. 2년을 받는다고 해도 당장 내년 있을 도쿄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수영 선수들의 전성기 나이를 고려하면 현역 커리어 황혼기에 접어드는 쑨양이 공백기를 극복하고 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2016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나이도 당시 31세였다. 8년을 받으면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셈이다.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CAS는 “이후 패널들은 중재판정 결과와 그에 대한 사유를 신중하게 심의할 것이다.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날짜를 밝힐 수 없다”고 알렸다. 만약 쑨양이 CAS의 중재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30일 이내에 스위스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제한적인 상황으로 전제가 한정된 만큼 여기서 확정된 결과를 뒤집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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