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에게 17년만의 귀국길을 열어줄까. 병역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15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파기환송심 판결선고기일을 진행한다.

1990년대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던 유승준은 군입대 시기가 다가오자 2002년 1월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이 면제됐다. 법무부는 그가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유승준은 17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후 유승준은 2015년 9월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다가 LA 총영사관에 거부당했고,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무부는 2002년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입국금지결정을 내렸는데, LA 총영사관 측이 이 이유만으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 불행사’, 즉 제반 사항들을 아예 판단하지도 않은 위법이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법원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되는 파기환송심은 대법원과 동일하게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세광 이원용 변호사는 “보통 파기환송이 되더라도 LA 총영사관에서 다른 이유를 들어서 또 거부를 할 순 있지만, 지난 파기환송심이 금방 끝났기 때문에 (새롭게 주장할) 특별한 내용 없었다고 추측된다. 따라서 대법원 판단 그대로 파기환송심에서 유승준씨의 승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봤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 비례원칙 측면에서도 유승준에게 유리하다.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외국 국적 취득 사례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유승준에게만 과도한 처분이 내려져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유승준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유승준이 최종 승소하게 되면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게 점쳐진다. 유승준이 승소할 경우 LA 총영사관은 유승준이 신청한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도, 형평성을 고려해 허용할 수도 있지만 유승준이 병역의무가 해제된 38세가 이미 지난 만큼 총영사관이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유승준이 승소하더라도 국내 입국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재량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를 위법이라 판단했으므로 다시 제반 사항을 고려하고 이유를 적시해, 즉 ‘재량권을 행사’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장헌법률사무소 대표 유영진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2002년 유승준의 비자발급 거부 당시 LA 총영사관의 재량권 행사의 절차가 전혀 없었고, 그렇다면 재량권 일탈 및 남용 위법 여부를 원심에서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판단해라라고 돌려보낸 거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총영사관 측이 재량권 일탈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승준이 승소하더라도 총영사관 측에서 공익적 목적상 재차 거부 처분할 가능성도 유효하다.

‘국민 정서’ 측면의 문제도 있지만 개정된 재외동포법에 따라 다음번 비자 발급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는 선거권을 제외하고 취업 및 경제 활동 등 내국인과 동일한 자격을 얻는다. 체류 기간도 최초 3년에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유승준의 비자 신청 이후 변경된 현행 재외동포법 제5조에 따르면 병역기피자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재외동포 비자 재발급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원용 변호사는 “과거 재외동포법은 38세가 된 외국국적 동포에 대해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법이 개정돼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체류자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재발급은 안될 확률이 크다. 이번에 비자가 발급이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만, 다음번은 안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유승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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