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수원 삼성 염기훈, 엠블럼 물어뜯으며...
수원 삼성 염기훈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수원 삼성과 대전 코레일의 결승 2차전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FA컵 우승을 통해 ‘승자독식’에 성공한 수원 삼성이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대전코레일을 4-0으로 완파하고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3년 만에 이룬 정상탈환의 의미가 크다.

수원 선수단은 결승 2차전 직후 경기장 인근에서 축승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박찬형 대표이사, 오동석 단장, 염태영 수원 시장 등이 참석했다. 우승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주장 염기훈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는 “우승 보너스를 모든 선수들이 균등하게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구단과 논의가 전혀없는 상황에서 뜻밖의 제안이 나와 다소 당황스러웠다. 우승 보너스와 관련된 제안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우승 보너스는 대회 상금과 모기업이 책정한 보너스가 합쳐져서 선수단에 지급된다. FA컵의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우승 보너스의 경우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염기훈은 선수단의 막내부터 최선참까지 동일한 보너스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장으로서 팀 전체를 생각한 제안이다. FA컵 우승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혈투를 벌인 동료들도 있지만 훈련과 경기 준비과정에서 함께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도 기쁨의 열매가 똑같이 돌아가길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염기훈은 결승 2차전에서 후반 40분 팀의 4번째 골을 터뜨리며 대회 5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왕에 오른 뒤에도 그는 마지막 골을 도운 후배를 먼저 생각했다. 염기훈은 “어시스트를 한 (전)세진이가 내가 골 넣을때마다 많이 도와줬다. 정말 (선물로) 뭐하나 해줘야겠다. 내가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닌데 동료들 덕분에 득점왕을 받았다”면서 공을 돌렸다.

올시즌 수원은 개막 3연패로 리그를 시작해 3년 만에 파이널라운드A(상위리그) 진출이 불발됐다. 사활을 걸었던 FA컵에서도 매 라운드마다 어려운 경기를 펼치며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목표로 삼았던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과 FA컵 우승으로 ‘해피엔딩’에 성공했지만 그동안 염기훈은 고비마다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리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그는 FA컵 우승 직후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시 하는 ‘주장의 품격’을 보여주며 왜 수원의 정신적 지주인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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