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강수지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결혼도 기쁘지만, 우리 출연자라 더 기쁘다!”

스타들의 열애와 결혼소식은 팬들도 들뜨지만, 이들을 출연시키는 예능프로그램들이라면 더욱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열애나 결혼 소식으로 해당 스타에게 이목이 쏠리는 만큼 그가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주목받기 때문. 더군다가 예능프로그램은 출연진에게 근황을 직접 묻거나 자막을 통해 축하받을 일을 보기 좋게 포장하며 대대적으로 화제몰이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찰예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지난달 30일 결혼 소식을 알린 김건모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증이 모이고 있다. 김건모의 부친상 이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던 김건모의 모친 이선미 씨가 스튜디오에 재등장한 사실이 최근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김국진-강수지 커플이 탄생한 SBS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이나 가상 연애 프로그램으로 이필모에게 배필 서수연 씨를 직접 짝지어준 TV조선 ‘연애의 맛’ 등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얼마전 열애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된 김승현이 출연하는 KBS2 ‘살림하는 남자2’(살림남2)도 있다. 김승현은 내년 1월 결혼설이 불거질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인데, 최근 ‘살림남2’는 부모들이 그에게 결혼을 채근하는 모습을 담아 시선끌기에 나섰다.

미우새 모벤져스
김건모의 모친 이선미 여사(위) 등 SBS ‘미운 우리 새끼’의 모벤져스. 제공| SBS

그러나 이같은 예능들이 출연진의 결혼소식으로 웃을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은 프로그램에도 화제가 이어지며 인기가 급상승할 수는 있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한 관계자는 “축하할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프로그램이 본래의 내용과 달리 과도하게 열애나 결혼을 부각시키면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우새’는 미혼 스타들의 엄마들이 자식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작진이 김건모가 결혼해도 출연시킨다는게 맞는건가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 콘셉트에 위배가 된다고 보는 것. 이처럼 프로그램의 취지와 다르게 결혼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살림남2’의 김승현의 최근 방송분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중년 싱글 남녀의 여행을 콘셉트로 한 ‘불청’의 김국진과 강수지도 공개 열애 후 프로그램 하차가 예상됐지만, 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프로그램의 주축이 돼 아쉬움을 남겼다. 김국진과 강수지의 러브라인이 메인 스토리가 되면서 나머지 멤버들은 중년의 새 친구 사귀기라는 프로그램의 본 취지와 상관없이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관찰 예능의 가장 큰 폐해는 현실과 충돌하는 모습이 팬들과 출연진, 혹은 프로그램 사이의 간극을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출연진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이라도 방송이라는 특성상 연출이 없을 수 없고, 편집되는 과정에서 현실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명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한 기혼 출연진은 “대본은 없지만, 큰 틀의 설정은 있다”면서 “일상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현실이라면 같은 집안이라도 방안에서 해도 거실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방송에서는 부부가 함께 있는 모습으로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거실에서 한다든가 뭔가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때문에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얼마전 안재현은 구혜선과의 파경이 입에 담기 어려운 폭로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자신의 출세작 중 하나인 tvN ‘신서유기’ 새시즌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앞서 구혜선과 동반출연해 자신의 결혼 이미지를 부각시킨 tvN ‘신혼일기’의 인상이 강했던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강남이상화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강남과 이상화. 제공| SBS

물론 출연자와 프로그램이 서로 윈-윈하며 보는 이들도 덩달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긍정효과를 내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강남은 아내 이상화과 함께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예능 나들이로 상승곡선을 탄 분위기다.

다만, 스타와 프로그램이 적당한 타이밍에 맺고 끊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현실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 박수 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모습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cho@sportsseoul.com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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