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장내 아나운서 유지영
두산 장내 아나운서 유지영씨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OB베어스 때부터 일편단심 두산 팬입니다.”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KS)가 열리는 잠실구장 백스톱 뒤엔 3평 남짓한 기록실이 자리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위원이 경기 내용을 기록하는 장소다. 그런데 기록실 안에 기록위원만 있지 않다. 두산 장내 아나운서 유지영 씨도 경기를 지켜보며 치열하게 업무와 싸우고 있다.

유 씨는 올해로 장내 아나운서 경력 17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야구협회 소속으로 아마추어 야구 장내 아나운서를 하다고 두산과 인연을 맺고 2013년부터 두산 전담 장내 아나운서 업무를 보고 있다. 자신을 열렬한 두산 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아마추어 야구 대회 중 두산베어스기 대회가 있다. 그 때 두산 직원분들과 안면을 익혔고, 야구장에 초대도 받는 등 계속 인연을 이어왔다. 내가 장내 아나운서 일을 그만두고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지금 두산 마케팅 팀장님께서 절 스카우트해주셨다. 당연히 바로 승낙했다”며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유 씨는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때부터 일편단심 ‘곰 군단’의 열성팬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프로야구가 개막했는데 가족들이 모두 야구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는 팀을 좋아하는데 당시 OB의 야구스타일이 딱 그랬다. 그렇게 OB에 빠져들었고, 두산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두산 야구에 ‘입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유 씨가 장내 아나운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광판을 조작하는 것도 유씨의 업무다.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병행하는 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유씨는 “경기가 시작되면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볼카운트 하나만 놓쳐도 안된다. 스피드업 규정이 시행되면서 일이 더 많아졌다. 가령 예전엔 선수 소개하고 투수가 공을 던지면 볼카운트만 입력하면 됐는데, 지금은 투수가 공을 받는 순간부터 카운트를 세야하기 때문에 타격이 끝나도 공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 투수가 공을 받는 순간 카운트를 넣어주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시계를 끈다. 이후엔 반복 작업이다. 일이 많다”며 웃었다. 계속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 상황을 지켜봐야하기에 경기를 집중해서 보기 힘들다. 유 씨는 “신경쓸 게 많아 기계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푹 빠져서 경기를 보기 힘들다. 장·단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기록위원2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22일 잠실구장 1층 기록실에서 유지영 장내 아나운서, 이주헌 윤치원 KBO 기록위원이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용일기자

유 씨는 장내 아나운서 일을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아파서 빠져본 적 없다고 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하다. 그는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끔 대학생 마케터 친구들이 와서 ‘목소리 좋다’, ‘예전부터 누군지 궁금했다’며 알아봐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 물론 두산이 이겼을 땐 보람을 떠나서 기분이 좋다”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두산에 온 뒤 KS 2번 우승 경험이 있다는 유씨는 “1, 2차전의 분위기대로만 한다면 올해도 우승할 것 같다. 느낌이 좋다”며 팬심 듬뿍 담은 응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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