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누군가를 살해하고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나아가 그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 요즘 드라마들이 가진 필수 맥락이다. 복합장르가 대세인지라 스릴러 역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요소가 됐지만, 그 안에서도 살인을 기본 소재로 넣고 있다는 교집합이 눈에 띈다.

요즘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공효진, 강하늘 주연의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다. 용식(강하늘 분)과 동백(공효진 분)의 풋풋한 사랑이 주는 로맨스, 정겨운 시골 옹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등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는 다채롭지만 ‘까불이 찾기’가 갖는 지분 또한 크다.

까불이는 첫 회부터 긴장감을 드리웠다.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팔목이 등장해 충격적인 오프닝을 완성했던 것. 이제 까불이는 동백이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이유로 동백에게 접근하며 위협한다.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 벽면에 “까불지 말라고 했지. 그때부터 내가 매일 너를 보고 있다”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적고가 동백의 목을 조여왔다.

현재 드라마는 반환점을 넘겼지만 좀처럼 까불이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은 이에 궁금증이 가득 쏠렸다. 제작진 내에서는 까불이의 정체가 절대 발각되지 않도록 일급비밀로 부쳐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바통을 이어받은 OCN 새 스릴러는 ‘모두의 거짓말’ 역시 잔혹한 살인 사건을 첫 회에 넣으며 막을 열었다. 김서희(이유영 분)의 남편 정상훈(이준혁 분)이 돌연 실종되고 심지어 아버지 김승철(김종수 분)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미스터리한 전개를 펼쳤다. 엔딩은 정상훈의 신체 일부가 담긴 상자가 김서희에게 배달되는 충격적인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모두의 거짓말’도 이런 모질고 악한 일을 벌이는 자가 누구인지 추리하고 해결해나가는 게 중심축이다.

이 외에도 21일 첫 방송한 tvN ‘유령을 잡아라’ 역시 지하철 경찰대 유령(문근영 분), 고지석(김선호 분)이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한 에피소드가 그려지며 내달 방송 예정인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도 주인공 육동식(윤시윤 분)이 살인 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우연히 본 후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종영한 KBS2 ‘너의 노래를 들려줘’도 팀파니스트 홍이영(김세정 분)이 살인사건을 마주하며 기억을 잃은 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이렇듯 살인은 이제 영화나 특정 장르물을 넘어 더욱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보통의 드라마에서도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반드시 스릴러나 공포물이 아니더라도 주요 모티브가 돼 극을 견인한다. 자극적인 요소인만큼 흥미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수성을 가지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가 투영된 대목이기도 해 씁쓸함을 안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전에는 드라마 속 살인 사건을 마주했을 때 거리감이 느껴졌다면 이젠 그렇지 않다. 뉴스를 통해 흉흉한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됐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 비해 대중이 강력 사건들에 대해 느끼는 현실감 그 간극이 좁아졌다. 이 같은 사회적인 이슈, 그로 인해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된 사람들의 기호에서 비롯된 트렌드”라고 내다봤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KBS, tvN, 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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