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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한국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22일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민음인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무거운 질문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인세 사용처를 묻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실제로 인세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듯 한 표정이었다. 야구인생 50년을 망라한 자전적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의 출판기념 기자 간담회에서도 선동열 전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였다.

인삿말부터 천생 야구인이다. 그는 22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날인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KBO리그 최대 축제 첫 날 출간 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을 사퇴하고 쉬고 있는데 지인들이 야구 철학이나 지도자로 가졌던 생각을 책으로 표현하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마침 올해 결혼을 앞둔 딸아이에게 선물하자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직접 썼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어렵게 사는 청년들에게 힘들과 좌절하고 실패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경험담을 통해 힘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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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한국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22일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 민음인

자전적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 한 첫 해 나락으로 떨어졌던 얘기부터 시작한다. 가장 어려울 때 옆에서 응원을 보낸 코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자만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좌절을 딛고 올라설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 훈련을 충실히했기 때문에 짧다면 짧은 기간 훈련으로도 재기할 수 있었다. 선 전감독은 “인생도 그렇지만 결국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다보면 명예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군사독재 시절 정부의 직간접적인 탄압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어야만 했고, 한국 야구사상 최초의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되고도 국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의 비수로 불명예 퇴진하는 등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근거없는 루머에 명예가 실추됐지만 이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평생 야구만 보고 살아온 탓에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과거를 통렬히 반성했고 인생 세 번째 막은 ‘공부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다짐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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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한국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22일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민음인

지나치게 솔직하고 담백한 필체는 선 전 감독의 성향을 그래도 닮았다. “유독 정치와 엮이는 이유가 무엇이냐” 등 불편할 수 있는 질문들에도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로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눌러 담았다. 현역시절 ‘국보’로 불린 대투수이지만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에 대한 평가를 묻자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선수”라며 자세를 낮췄다.

선수들과 직접소통하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을 후회한다고 밝힌 선 전감독은 더 활발한 소통과 광폭행보로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야구는 선동열’은 초판 인쇄본(7000부)이 벌써 매진돼 이미 2쇄를 찍고 있을만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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